대산공단 113조 매출기업, 0.038% 사회공헌 약속 '차일피일'

HD현대오일뱅크·LG화학·한화토탈에너지스·롯데케미칼 업황부진 이유 들어 안산공원 조성 분담금 눈치보며 미뤄

2024-08-08     한남희 기자
대산석유화학공단 내 사회공헌사업인 '안산공원조성사업'이 7년째 제대로 된 그림도 그리지 못하면서 지역민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 조감도.

[속보] 충남 서산 대산공단 주요 4개 대기업이 연간 113조 원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사회 환원 약속을 미루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케미칼, LG화학, HD현대오일뱅크 등 4개 기업이 7년 전 약속한 사회공헌사업인 안산공원 조성 사업비는 427억 원으로 이들 기업 연 매출 113조 원의 0.038%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2022년 연 매출 300조의 약 0.3%인 약 1조 원을 사회공헌사업에 투자했다.

‘경기침체로 당장 공헌사업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기업 논리가 설득력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세계 5대 석유화학단지 대산공단

대산 공단 항공사진

대산공단은 여수, 울산과 함께 국내 3대이자 세계 5대 석유화학단지다. 이곳에는 한화토탈 에너지스, 롯데케미칼, 현대케미칼, HD현대오일뱅크, LG화학, SK이노베이션, KCC, UNID, S-OIL, 코오롱 인더스트리 등 20여 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이 중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케미칼, LG화학, HD현대오일뱅크 4개 회사만 해도 2023년 기준 연 매출이 113조 원에 달한다. 이들 4개 사는 2017년 충남도·서산시와 지역발전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 뒤 2020년 안산공원 조성 등 구체적인 사회공헌사업을 발표한 기업이다.

업계 특성상 국내외 상황에 따라 이익의 부침은 있지만, 호황과 불황을 떠나 하루빨리 기업이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산 대산읍 주민 A씨는 "공단을 처음 만들때는 환경이 더 좋아지고 살기 편해져 사람이 몰려든다고 했는데 오히려 살던 사람도 모두 떠나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업단지냐"고 성토했다.

갯벌 메워 한 해 수십조 벌어가는 기업들

기업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대산 공단 석유화학 4사의 2023년 매출은 LG화학 55조  2498억 원(LG에너지솔루션 제외할 경우 26조 6000억 원), HD현대오일뱅크 26조  1720억 원, 롯데케미칼 19조 9491억 원, 한화토탈에너지스 11조 4816억 원이다.

국내외 상황에 따라 영업이익과 순이익 변동성이 크지만, 한 해 수십 조 원의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연간 대산공단에서 나오는 국세 규모가 국가 예산의 1%가량인 4~5조 원에 달했다.

LG화학 – 석유부문 흑자 전환

LG화학

1947년 화장품 기업으로 출발한 LG화학은 2000년대 들어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과의 합병을 통해 만들어졌다.

LG화학은 올해 미국 화학 학회가 발생하는 화학산업 전문 매체인 ‘C&EN’의 평가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년보다 3계단 상승한 것으로 국내 기업 중 화학기업 순위 톱 5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기업 중 중국 시노펙(2위)에 이어 두 번째다.

LG화학은 2023년에 연결기준 매출 55조 2498억 원, 영업이익 2조 5292억 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1% 감소한 실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약 26조 6000억 원이다.

올해 1분기는 연결기준 매출 11조 6094억 원, 영업이익 264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18.7%, 67.1% 감소했다

2분기는 연결기준 매출 12조 2997억 원, 영업이익 4059억 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감소했지만, 석유화학부문은 매출 4조 9658억 원, 영업이익 323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석유화학부문은 직전 분기인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으나 이를 극복한 것이다. LG화학은 3분기에 석유화학부문에서 점진적인 회복을 예상한다.

나이스신용평가도 LG화학의 전지 부문 이익 창출력 확대와 재무안정성 개선을 반영,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HD현대오일뱅크 - 하반기 경영개선 기대

HD현대오일뱅크

1964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읍에 본사를 두고 석유화학 제품과 윤활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21년 20조 3189억 원, 2022년 32조 5998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 26조 1720억 원(2860억 원)으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7%, 영업이익은 86.6%나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1분기 정제마진 상승으로 연결 기준 매출(7조 8788억 원)과 영업이익(3052억 원)이 각각 6.5%, 17.8%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보였다. 2분기 영업이익(734억 원)은 다시 전 분기(2318억원) 대비 68.33% 하락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지만 이는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경쟁사인 GS칼텍스는 AA+,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AA등급을 받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재무 부담 완화, 하반기 산업 수요 증대 및 겨울철 난방유 사용 증가 등으로 경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 임원 감축, 자회사 매각 등 자구책 추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컬은 호남석유화학에서 출발, 1979년 롯데그룹 인수, 2003년 현대석유화학 2단지 인수, 2012년 케이피케미칼 흡수 합병 후 롯데케미칼로 사명 변경을 거쳤다.

롯데그룹의 전통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지만, 2021년 1조 5356억 원 영업이익을 내더니 2022년(-7626억 원)과 2023년(-3477억 원) 연속 적자를 냈다. 2022년 매출액 22조 2761억 원, 영업손실 7584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액 19조 9491억 원, 영업손실 3332억 원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액 5조 86억 원, 영업손실 1353억 원으로 부진했다.

올해 1분기도 롯데케미칼은 1353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분기는 공시 전이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481억 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신용평가(Korea Ratings)와 나이스 모두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주요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기초소재부문 임원 감축, 파키스탄 자회사(LCPL) 매각 재추진 등 자구책을 추진 중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 - 상각 전 영업이익 점진적 증가 기대

한화토탈에너지스 전경

ㅎㄴ화토탈에너지는 1988년 삼성종합화학으로 시작해 2003년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와 합작(삼성토탈), 2015년 한화그룹 인수(한화토탈)를 거쳐 2022년 사명을 한화토탈에너지스로 바꿨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증설 통해 생산량을 늘리며 실적을 증가시켜 왔다. 2018년 처음으로 매출 10조 원을 돌파한 뒤 2022년에는 14조 원을 넘겼다.

지난해 매출액은 11조 4816억원으로 2021년보다 1조6000억 원가량 늘었지만 영업손실 28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는 중국 석유화학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수요 감소가 향후 12개월 동안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신중한 투자정책과 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영업성과와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인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케미칼, LG화학, HD현대오일뱅크 NICE 신용평가 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