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전남선중 배구부의 반란

창단 8년 만에 첫 3위, 남다른 의미 숨어있어

2024-07-26     김도운 기자
            김 도 운 편집국장

대전남선중학교에 배구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전국대회를 싹쓸이하는 명문 팀이 아니고서는 이름을 알리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중학교 팀에 관심을 두는 이는 소수의 관계자에 그친다.

2017년에 창단한 남선중 배구부가 최근 막을 내린 제57회 대통령배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3위에 입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우승도 아니고 3위가 뭐 놀랄 일이냐고 할 수 있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남선중 배구부가 전국대회에서 첫승을 올릴 때까지는 무려 6년이 걸렸다. 2022년에야 첫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모든 대회에서 연전연패당할 뿐이었다. 

남선중 배구부가 이처럼 바닥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창단 배경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재학 중인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 전문적으로 배운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니다.

중학생이 된 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선발된 선수로 팀을 구성해 기본기부터 배웠다. 그러니 전문 선수로 구성된 타 학교 팀과 기량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꾸준히 훈련해서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전국대회에서 5차례 8강에 진입하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전국 3위에 입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창단 8년 만에 3위에 입상한 대전남선중 배구부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대전남선중 배구부

창단 8년 만에 이룬 값진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남선중은 전국 중학 배구의 강호로 손꼽히는 태릉중, 금호중을 꺾었다. 우승 후보인 투 팀을 차례로 제압해 대회 관계자 모두 놀랐다.

1등만 추켜세우고 기억하는 세상이다. 2등도 주목하지 않는 세상이다. 하물며 전국대회 3위라니 ‘그깟 3위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이들도 많을 거다.

그러나 남선중 16명의 배구부는 아침 일찍 등교해 개인 훈련을 하고, 점심시간에도 서브 연습을 했다. 방과후에도 7시 30분까지 매일 자율적으로 훈련에 임하면서 이번 성과를 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팀을 이끄는 장순환 교사는 레슬링 지도로 전국을 평정했던 인물이다. 그가 배구라는 낯선 종목을 맡아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 놀라운 성과를 냈다. 선수의 기를 살려주고 팀워크를 이끈 게 입상의 비결이었다.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 재학생의 열렬한 응원, 학부모의 믿음과 후원, 교사와 코칭스태프의 열정, 선수들의 투지 등이 모두 합해져 창단 8년 만에 값진 성과를 냈다. 남선중 배구부에 가열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