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한동훈 때리기’ 나선 與 단체장 ‘역풍’ 우려도
충남·대전·경북·대구 광역단체장, 날선 비판 국힘 전대 '어대한' 분위기..향후 관계 설정 어쩌나 단체장 비판 목소리에도 당심은 韓..조직 장악력↓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일 한동훈 당 대표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단체장 행보에 ‘정치적 셈범’이 깔렸다는 분석과 ‘개인적 반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지역 정치권에선 ‘한동훈 때리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로 ‘윤심(尹心)’을 꼽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 후보 비판을 통해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정치적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익 중 하나는 ‘재정적 지원’. 자치단체는 지역 각종 현안을 풀기 위해 정부 예산이 필수적이다. 예산 배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셈.
칼날 겨눈 韓, 용서 못하는 與 단체장
김태흠 “총선 패배 책임, 자숙해야”
다만, 이 같은 분석만으로 한 후보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선뜻 이해하긴 어렵다. 때문에 한동훈의 ‘전력(前歷)’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통해 구속시킨 인물이다. 또 문 정부의 칼날이 돼 당시 수십 명이 넘는 야당 의원을 수사했다. 수사를 받다 자살한 정치권 인사는 5명에 달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 검사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웠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나경원 원내대표 시절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아 투쟁에 나선 인물.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일 “지난 총선 총괄한 사람이 출마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총선 참패를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역시 같은날 “(한 후보가)총선 참패 책임을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일 “한동훈 화양연화 시기는 우리에게 지옥 같았던 시절”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한 후보가 야당을 수사할 당시 당 대표를 맡았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한 후보는 조금 더 공부하고 와야 한다. 민주당 채상병 특검법을 정쟁·정치 공격용으로 추진하는 것을 모르고 덜렁 받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직격했다.
한동훈 양자대결 '압승'..향후 관계설정 '걸림돌'
비토 발언, 당심은 '요지부동'..조직장악력 약화 우려
대권주자로서 잠재적 경쟁자 견제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홍 시장은 대권 유력 후보이며, 김 지사도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다. 3선 출신인 김 지사가 다음 지방선거 재선에 성공하면 차기 대권 주자로 부각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미리 보는 대권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파상 공세에도 한 후보 지지는 다른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양자 가상대결을 펼친 결과, 한 후보가 모든 대결에서 70% 지지를 받은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단체장의 강도 높은 비판이 향후 ‘당(黨)과 광역단체’ 간 관계 설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조직 장악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당 대표 경선 당원투표 비중은 80%. 광역단체장은 그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지역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당 대표 후보가 주요 단체장을 향해 뜨거운 구애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단체장의 한 후보 비토 발언에도 실제 당심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전당대회 끝나면 여당 안 할 것이냐. 전당대회 이후 단합을 위해서라도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고 단체장 발언을 직격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당 전당대회. 당내 세력간 상호비방전 가열로 발생한 균열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