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전부청사 연구자가 본 소비와 정체성 그 사이
[인터뷰] 이상희 목원대 교수
세계 7번째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을 품은 ‘옛 대전부청사’. 대전시가 획기적으로 내놓은 근대문화유산 활용법이다. 보수적인 보존 방식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문화유산 복원 패러다임이 보존에서 활용으로 바뀌었다. 시의 방침은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현대 추세에 부합한다. 동시에 건물이 가진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은 복원한 문화유산에 새 시대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사랑받는 공간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대전의 첫 시청사를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선언에 걸맞은 활용 방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18년부터 옛 대전부청사 기록화 사업, 보존·활용 연구용역을 주도해 수행한 이상희 목원대학교 교수(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를 만나 물었다. 대전이 근대역사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보존 행정 긍정 평가… “스타벅스 대안 가능, 방식이 더 중요”
이 교수는 연구, 기록자 입장에서 시가 옛 대전부청사 건물을 매입한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부청사 건물은 도시개발 압력 속에서 철거될 위기에 몰렸으나,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위기를 벗어났고, 최종적으로 민선8기 시가 소유권을 갖게 됐다.
문화유산을 보는 관점은 단순 보존에서 활용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소비 관점에서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 활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이 교수는 건물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활용 방안은 공공청사나 미술관, 전시관 등 다소 보수적이었다. 대전부청사도 행정 공간으로만 쓰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대전시가 제안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유치도 대안이 될 수 있고, 시민이 적극적으로 활용, 소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파생하는 문제”며 “일본 교토 청수사 앞에 가도 스타벅스는 있고, 북경 자금성, 서울 경복궁에 가도 스타벅스가 있다. 문화유산을 얼마만큼 존중하는지, 방법과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한 홍보 효과, 관광객 유치 등 활성화에 편승하는 방향성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며 “운영 주체가 문화재에 대한 존중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시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건축물은 공공재, 소프트웨어 논의 필요
시는 조만간 근현대건축문화유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근대문화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기초공사 격이다. 앞서 시는 민선8기 들어 지역 최초의 근대적 산업시설인 옛 한국전력공사 대전보급소 건물의 매입을 결정하고, 대전학 연구 기관 활용 방안을 마련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대전역 동광장 철도보급창고는 모듈 트레일러를 활용, 원형 보존 전체 이동 공법을 적용해 이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또 옛 충남도청사는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수장고형)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얼마전 일본 학술세미나에서 대전의 근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옛 충남도청사, 옛 대전부청사, 한전보급소 사례를 이야기했다. 이후 이 이야기를 오히려 대전에서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모두 공감했다”며 “이제 대전은 총체적인 활용법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근 일본만 봐도 중요문화재급인 옛 형무소를 호텔로 활용하는 등 상당히 과감하고 대범할 정도로 적극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전도 최근 행정을 보면 굉장한 적극성을 띠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또 “문화유산을 공공재로서의 역할 측면에서 보면,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시의 정책 결정은 시민에게도 중요한 문제”라고도 했다.
‘문화, 역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정답은 없다. 그러나 “완벽한 것은 없지만 최적의 것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 옛 부청사 건물에 정체성과 역사성을 부여하되 소비·이용 측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역사, 문화, 정체성을 시민이 어떻게 느끼고 소비할 수 있게 할지 고민하는 것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며 “세계문화유산 선정 절차를 보면, 복원 과정이 상당히 중요한 가치 평가 기준이 된다. 행정이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듣고, 그 과정에서 명분과 이야기를 만들다보면 그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