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미래항공연구센터, 공치사가 필요하다
김태흠-성일종-가세로 모두 기업유치 채무자
[한남희 기자] 충남 태안에 최소 126만 ㎡ 달하는 군사보호구역이 새로 생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정부사업으로 진행하는 ‘미래항공우주센터’가 남면 천수만 B지구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미래항공우주센터는 2031년까지 연장 2.2㎞, 폭 45m에 달하는 군용 무인기 연구개발 활주로기 때문에 군사보호구역 지정이 필수다. 나중에 활주로 길이를 2.7㎞로 늘릴 계획이어서 보호구역도 더 커질 수 있다. 태안읍 삭선리 미군부대 74만㎡의 2배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이번 사업을 놓고 태안군이 충남도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이유도 바로 군사보호구역과 무관치 않다. 바다와 맞닿은 태안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곳이 60년 넘게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주민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고 있다.
근흥면 ADD 안흥종합시험장 주변, 삭선리 미군부대 자리, 백화산 방공기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삭선리는 최근 통제보호구역에서 부분적 재산권 행사가 가능한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됐지만, 완전 해제는 기약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은 눈에 보이는 경제효과 없이 군사시설이 들어오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2차례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미래항공우주센터가 들어설 남면은 물론 적지 않은 다른 지역 주민도 불신과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안흥종합시험장 주변 주민은 그동안 ADD와 마을과의 관계에 대해 강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번 조성사업은 공모사업이 아님에도 충남도가 유치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국회 국방위 간사인 성일종 의원이 지원했다고 양측은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충남도와 ADD 등이 가세로 태안군수, 태안군민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3일 열려던 업무협약도 한 차례 취소되는 촌극 끝에 24일 전격 진행됐다. 사실상 사업이 공식적인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공을 차지하느냐는 것이다.
국방산업 관련 십여 개의 대기업과 그에 따른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들어오면 지역경제는 분명 살아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성 의원이 말하는 대로 지금까지 없었던 ‘태안의 미래 먹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돼야 한다.
가 군수도 이제는 관찰자가 아니다. 충남도와 정부를 압박해 더 많은 걸 얻어내고, 기업을 설득해 태안으로 모셔 와야 한다. 기업은 빨라야 활주로가 완성되는 2032년 이후에나 입주를 시작한다. 8년, 아니 그보다 더 멀다.
김 지사, 성 의원, 가 군수, 누구도 그때까진 기업유치를 책임져야 하는 채무자다. 그 빚을 다 갚은 다음 셋이 함께 소주 한 잔 들고 내 덕이라며 공치사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주민은 벌써 안주 들고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