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채 상병 특검법 거부..尹 "헌법 정신 부합 안해"
재의요구안 재가..취임 후 10번째 거부권 기록 오는 28일 재의결..民, 22대 국회 '1호 법안' 재추진
[황재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지난 2일 국회서 야당 주도로 처리된 ‘채상병 특검법’이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이다. 이에 해당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 해병 특검 법률안에 국회 재의를 요구했다”며 “이번 특검 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 권한으로, 입법부 의사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권한을 부여할 경우 여야가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 실장은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예외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왔다”며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 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이번 특검 법안은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 부여해 대통령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사건, 경찰·공수처서 수사 중"
"야당이 고발한 사건, 야당이 특별검사 선택"
채 상병 특검법이 특검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정 실장은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기관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 상병 순직 사건을 현재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별검사 제도 근본취지인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야당이 고발한 사건 수사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은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결과를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사 외압 당사자인 대통령 본인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대통령 외압 부분에 대해선 수사당국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정 비서실장은 끝으로 “야당의 일방적 특검 법안 강행 처리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당장 절실한 여야 협치 기대를 허무는 행위”라며 “정부는 채 상병 사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 의혹을 해소하는 일에 소홀함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7개 정당은 지난 20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선 시민사회단체와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는 25일에는 서울 도심 대규모 장외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범인이라는 걸 스스로 자백한 거 맞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야당이 힘을 합쳐 윤 정권 독주와 오만을 심판하고,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재의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 반대로 특검법이 폐기되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 방침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