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도의 역간척 프로젝트 적극 지지한다
자연(自然)은 그대로 두는 게 답이다. 그대로 둘 때 가장 아름답고, 가장 쓸모 있다. 자연은 재해로 파괴돼도 그대로 두면 언젠가 회복력을 발휘한다. 인간은 불가피하게 자연을 파괴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최소의 파괴만 하는 게 순리다.
자연에 관한 인식이 박약하던 시기에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했지만,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서해안에 집중적인 간척사업이 진행된 시기가 바로 이때다. 한국은 70년대 무렵 엄청난 간척사업을 벌이며 자랑삼았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자연을 함부로 파괴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대규모 간척사업의 후유증이 바로 대표적 사례다. 억지로 바닷물의 흐름을 막은 결과는 참혹하다. 인공호수의 담수 수질이 6등급 이하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담수호에는 퇴적물이 1m 전후로 쌓여 홍수기에 수문을 열면 엄청난 퇴적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걸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용수로서 기능은 마비됐고, 바다 오염만 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된 거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러 충남도가 역간척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는 우선 부남호를 첫 대상으로 선정했다. 도는 부남호 방조제 역간척 사업의 국가 사업화를 정부에 건의했고, 오염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충남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정부는 우선 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생태 복원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본격적 역간척 사업의 추진을 위한 전주곡이다. 부남호 역간척 사업은 핵심은 1228m의 방조제 중 일부를 허물고,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인공호수를 넘나들게 하는 거다.
자연 그대로 해수가 드나들면 문제는 해결될 성싶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오염수와 퇴적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양이 오염되고,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할 게 명약관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층부 맑은 물로 사용하던 농업용수의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미 1m 이상 퇴적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것도 만만찮은 문제다.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그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설상가상 정부와 충남도, 한국농어촌공사, 현대 등이 어떻게 얼마만큼 역할을 분담해야 할지 가르는 일도 큰 숙제다.
부남호는 첫 실험대일 뿐이다. 간월호와 삽교호, 홍성호를 비롯해 간척을 통해 조성된 인공호수가 여럿이다. 금강하구둑을 막아 금강의 해수 유통을 막은 것도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부남호는 신호탄에 불과할 뿐이다. 모든 간척 사업지에는 해수를 유통시켜 자연이 회복력을 발휘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
국가의 대역사(大役事)라고 자화자찬했던 사업이 결국 재앙으로 다가온 걸 깨닫는 데는 채 반세기가 지나지 않았다. 만시지탄을 느끼지만,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됐고, 그걸 돌이키려 하는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다행이다.
충남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역간척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떠올리면 늦게나마 역간척 사업에 뛰어든 충남도의 결단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부남호의 시범 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이어 서해 곳곳의 아픈 간척지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충남도의 판단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