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만 군수님과 3만 면장님, 그리고 9만 읍장님
얼마 전 아산시 신창면의 인구가 3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청양군 인구가 3만 12명으로 곧 3만 명 아래로 내려갈 지경이란 뉴스를 접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신창면 인구 3만 명 돌파 기사가 보도되었다.
아산시 탕정면은 같은 시점에 4만 5479명의 인구가 등록돼 있어 청양군의 1.5배다. 둔포면도 2만 3552명으로 청양군 전체 인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역시 아산시인 배방읍은 무려 8만 7890명의 인구가 등록돼 있다.
배방읍은 충남 홍성군과 충북 음성군을 제외한 충청권 내 다른 군 지자체 보다 많은 인구가 등록돼 있다. 배방읍 인구는 충청권 내 인구수가 적은 군의 2배 또는 그 이상이다. 행정 자치권이 없는 읍의 절반도 안 되는 지자체 군이 즐비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구 관련 지역별 통계를 살펴보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너무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담담함을 안기는 첫째 이유다. 다른 하나는 지역별 편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이상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다. 충청권 내에서도 지역 쏠림이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은 청주, 충남은 천안과 아산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를 지적하는 ‘지역 불균형’과 함께 같은 지역 안에서 시·군별 편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일컫는 ‘지역 내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 개 면이 인구 3만 명을 달성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지만, 충청권에서 단양군은 이미 8년 전에 인구 3만 명의 벽이 무너졌다. 청양군이 곧 3만 명 미만의 지자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보은군과 괴산군도 3만 명 미만 지자체로 가는 초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만 명 붕괴의 초시계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곳은 금산군과 서천군, 영동군과 옥천군 등이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온돌 난방을 하면 아랫목은 지나치게 뜨겁지만, 윗목은 온기 없이 냉골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온돌 난방을 비유해 “누구는 데어 죽고, 누구는 얼어 죽는다”라고 표현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은 데어 죽고, 비수도권 지방은 얼어 죽을 판이다. 지역 내에서도 청주, 천안, 아산은 데어 죽고 나머지 지역은 얼어 죽을 판이다. 지역 불균형만큼이나 지역 내 불균형의 문제도 심각하다.
같은 충청권인데 인구의 증감이나 발전 속도를 보면 도무지 같은 행정·문화 권역이라 말하기 어렵다. 편차가 너무 심하고 그 차이는 날로 더해간다. 지역 내 불균형의 문제는 정부와 더불어 광역 및 기초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읍장이 9만 명의 주민을 상대하고 있는데, 군수가 3만 명 주민과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충청권 내의 시·군간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라도, 무슨 수라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