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학생인권조례 '기사회생'..국민의힘 '이탈표'
김지철 교육감 '재의요구권' 행사..재상정 결과 '부결' 이상근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퇴.."내부 단속 부족" 김민수 "두발자유화 갈망하던 우리, 과거 되풀이 말자"
[내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충남도의회(의장 조길연)에서 폐지안이 통과됐던 ‘학생인권조례’가 2일 김지철 교육감 재의요구권 행사로 이뤄진 재표결에서 ‘기사회생’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에서 폐지안이 도의회를 통과한 것은 충남이 처음이다.
폐지안이 확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투표 결과 재석의원 43명에 찬성 27명, 반대 13명, 기권 3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찬성에서 최소 29표가 나와야 했지만, 2표가 부족했다.
재의요구건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윤희신(태안1)·박미옥(비례) 의원, 더불어민주당은 김민수(비례)·이지윤(비례)·구형서(천안4)·오인환(논산2) 의원이 찬반토론에 나섰다.
국힘 주도 ‘폐지안’ 최종 부결..이탈표 발생
도의회는 이날 오후 34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폐지 조례안 재의의 건’을 투표했다. 폐지안은 박정식 도의원(국민의힘·아산3)이 대표 발의했다.
도의회 전체 의원은 47명으로, 국민의힘 34명, 민주당 12명, 무소속 1명. 폐지안은 국민의힘이 조례안 발의부터 주도해 왔으며 민주당은 폐지에 반대해 왔다.
결과적으로 조례 폐지안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왔는데, 이상근 의원(국민의힘·홍성1)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원내대표 직을 사퇴했다.
이 의원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해 폐지를 추진해왔는데, 이탈표가 나왔다는 건 대표인 내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론으로까지 결정한 사안이 이런 결과를 맞은 건, 원내대표인 제가 내부 단속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자리를 내려놓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편협하고 어리석은 어른들 되지 말자”
김 의원은 토론에서 “30년 전, 등교시간 학교 정문에서는 일방적 두발단속에 학생들 불만이 매우 컸고 급기야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김 의원은 “당시 학생들은 ‘두발자유는 개인의 인권이고, 단속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학생 주도로 이뤄진 집회와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982년 두발자유화를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규제는 계속됐다. 교육계 규제 논리는 ‘두발을 자유화하면 무분별한 유흥업소 출입 같은 탈선’을 우려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다. 그때는 그런 주장이 통했다. 까마득히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오래된 일도 아니”라며 “저는 물론, 여기 계신 의원님들 모두 당시 두발규제 피해자였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저는 지금 30년 전 두발자유화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논쟁의 핵심과 논리가 같다. 두발자유와 학생인권조례 둘다 인권이 핵심이라는 점, 탈선이 반대 논리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두발자유화로 인한 탈선의 결과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시 두발자유화를 갈망하던 우리가 지금 인권조례를 심의한다”며 “미흡한 것은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편협하고 어리석은 논리로 학생들을 틀에 가두어 놓으려 했던 30여 년 전의 어른들이 되지 말자.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가 받았던 차별과 억압을 지금 학생들이 겪지 않도록 지켜주는 게 우리가 마땅히 해야할 소임”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