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尹 ‘의대 정원 확대’ 카드, 충북이 최대 수혜?
19일 대통령 주재 의료혁신 전략회의, 충북서 개최 의료인 출신 김영환 지사...1개월여 전부터 선제 대응
[김재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보궐선거 참패 후 국면전환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교롭게도 1개월여 전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해 온 의료인 출신 김영환 충북지사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19일 당정 핵심 관계자와 전국 국립대 병원장 등을 충북대로 불러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의료 혁신이 주제였지만 의료인력 확충 규모,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올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정이 3000명 수준인 현 의대 정원을 1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대통령 주재 의료혁신 전략회의가 열린 까닭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며 “임상 의사뿐 아니라 관련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도 양성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의료인력 확충 필요성만 언급했다. 간접적이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은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확대’ 카드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로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저출산고령화, 수도권과 지방간 의료격차 심화 등 당면한 의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충남과 충북 등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의대 정원 확대’ 검토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의과대 신설, 또는 지역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여론전을 시작했다. 국비 공모사업 경쟁을 방불케 하는 과열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충남·북 의사 수가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충남 1.53명, 충북 1.59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 전국 평균은 2.18명이다.
일단 자치단체 중에는 충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뽑아 들기 전부터 의료인 출신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역 의대 정원 2배 이상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혁신 전략회의 장소를 충북으로 정한 것도 ‘충북을 고려한 선택지’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대통령 방문 이틀 전인 지난 17일 언론브리핑에서 “지역 필수 의료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해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충북도는 지역 의대 정원인 89명을 광역도 평균 수준인 197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가 1000명 이상 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21명 이상’으로 목표치를 상향했다.
구체적으로 49명인 충북대 의대 정원을 150명 이상으로 늘리고, 정원 50명 규모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 정원 70명 규모 국립 치과대학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선 의료계 반발이 최대 변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는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한다면 공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반발했다. 다른 의료인 단체들도 총파업을 언급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등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확대’ 카드는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이념에서 민생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며 총선을 대비해 중도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이지만, 집토끼인 보수성향 의료인들의 집단반발과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