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태권도 시범단·4대 관문' 사업 무산... '빛 축제'는 증액

27일 예결특위와 본회의 거쳐 각각 1.5억 원, 5000만 원 예산 삭감안 통과 태권도협회 30여 명 난입 등 문제 부각... 이순열 의장, 재발방지 대책 촉구 4대 관문 및 6대 보조문, 의원들 이견 커 보류... 세종시, 보완 통해 새 로드맵 마련 2개 사업 삭감한 2억 원 예산, 11월 빛 축제 예산 증액으로 활용 합의

2023-06-27     이희택 기자
이날 진행된 세종시의회 본회의 모습. 시의회 제공.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 '태권도 시범단' 운영과 '4대 진입 관문 및 6대 보조 문' 조성 사업이 최종 무산됐다.(지난 23일 세종시 '4대 관문·태권도 시범단' 실효성 논란... 또 다시 충돌 보도)

지난해 시범 사업에 이어 올해 사실상 1회 행사가 될 '빛축제'는 2억 원 예산 증액안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세종시의회는 27일 새벽 5시 30분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를 거쳐 오전 10시 제83회 세종시의회 정례회 본회의를 통해 이 같은 심의안을 가결했다. 

태권도 시범단 예산 1억 5000만 원... 전액 삭감 

지난 22일 세종시의회를 항의 방문한 태권도협회 일부 임원과 회원들. 고성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료사진. 

태권도 시범단 운영은 태권도협회 제안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 진영 모두에게 제안됐던 사항으로, 최민호 시장 역시 이를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다. 

시의희는 이번 회기 내 상임위 심의부터 구체성과 미래 비전이 부족하다고 보고, 올해 시범 운영 과정에서 5000만 원을 삭감한 1억 원의 예산안으로 심의해욌다. 

하지만 지난 주 의회로 태권도협회 임원 및 회원 30여 명이 난입해 '삭감' 움직임에 항의 표시를 하면서, 분위기는 냉각 기류로 전환됐다. 

윤형권 회장이 임원 2명에 대한 권고 사직으로 수습에 나섰으나 사태를 되돌리진 못했다. 

여·야 예결특위 위원들은 밤샘 논의 끝에 이견 없이 태권도 시범단 운영비 전액을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이순열 의장은 본회의 서두 발언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고, 사상 초유의 난입 사건을 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세종시민 대의기관으로서 의정 활동 과정에서 특정 단체가 집단 행동에 나섰고, 시의회의 의무와 권한 행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엄중하게 (태권도 협회에) 유감을 표한다. 더불어 이를 관리해야할 의회 사무처도 다시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태권도협회의 돌발 행동이 괘씸죄로 돌아왔다. 그 피해는 지역 태권도 유망주들에게 돌아가는 한편, 시민들도 더 많은 볼거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 

예산은 시범단 인건비와 격파 송판 등의 재료비, 훈련장 임차료, 차량 이동 등의 보험료를 포함한 수치로 제출됐다. 협회는 2024년까지 시범 사업을 이어간 뒤 2025년부터 8억 원 예산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세운 바 있다. 

현재 세종시에는 82개 사설 도장에 걸쳐 1만 2000명 수련생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4대 관문과 6대 보조 문' 설치 예산도 의회 문턱 못 넘어 

현재 세종시가 용역안을 통해 구상 중인 4대 관문(빨깐색 지점)과 이를 보조할 6대 공통 진입 관문 위치도. 세종시 제공. 

세종시가 지난 이춘희 시 정부부터 추진해온 '4대 관문과 6대 보조 문' 설치 준비 예산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최민호 세종시장의 공약으로 채택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2026년까지 157억 원 투입 로드맵을 놓고, 의원들 전반의 이견이 컸다. 

시가 용역을 거쳐 제출한 원안은 창조문(대전)과 애민문(청주), 개척문(천안), 애국문(공주)을 핵심 관문으로 삼고, 6개 공통 진입 관문을 추가 조성하는 방식으로 제출됐다. 

세종대왕의 4대 정신을 콘셉트로 잡아 진입부부터 시인성이 뛰어난 관문 경관을 조성함으로써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 차별화와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주·야간 진입 관문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지역 주민들에겐 자긍심을 키우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날 삭감된 예산은 준비비 성격의 5000만 원 공모비. 

의원들 의견은 ▲복지 예산 삭감이란 재정난 아래 시기상조 ▲대전이 아닌 조치원 관문부터 우선 조성 ▲행정수도 위상에 걸맞은 명칭과 콘셉트 부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안신일 예결특위 위원장은 "진입 관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전체 예산이 157억 원 이상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며 "5000만 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수백억 원 예산 투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고 말했다.  

시는 향후 보완 과정을 거쳐 다시금 추진 로드맵을 세울 계획이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동시 도신문과 서의문, 동의문, 남례문 모습. 안동시 제공. 

타 지역 사례로는 도신문(북)과 남문(남), 동인문과 서의문을 관문으로 활용하고 있는 안동시가 대표적이다.

▲광주 무등의 빛 톨게이트(2020년 21억 원) ▲인천 강화대교 진입 관문(22년 31억 원) ▲대구 동구 파군재 진입 관문(22년 10억 원) ▲김해시 쌍어(21년 10억 원) 등도 있다. 

지난해 시범 사업 '빛축제'... 올해 규모 키운다

세종시 이응다리 야간 경관 모습. 자료사진. 

세종시의회는 태권도 시범단 1억 5000만 원과 4대 문 공모비 5000만 원을 포함한 2억 원 삭감 예산을 다른 곳에 쓰기로 했다. 

여·야 의원 공히 2억 원 예산은 오는 11월 빛 축제(이응다리)에 투입키로 했다. 지난해 4억 원에서 2억 원을 증액한 셈이다. 

안신일 위원장은 "추경예산안 심의가 여·야 합의로 원만하게 진행됐다"며 "빛 축제는 올해 더욱 멋진 모습으로 시민사회에 선보이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