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박경귀 아산시장, 첫 ‘시정질문’ 관전 포인트

야당 ‘신정호 아트밸리’ 집중포화…여당 결속 효과 반작용  

2022-10-17     안성원 기자
박경귀 시장은 지난 13~14일 민선8기 ‘첫 방어전’ 격인 제9대 아산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에 나섰다. 아산시의회 제공.

지난 13~14일 민선8기 박경귀 시장의 ‘첫 방어전’ 격인 제9대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이 펼쳐졌다. 아직 실·과장 답변 일정이 남았지만, 질의 건수의 절반가량이 ‘시장 답변’으로 몰렸던 만큼, 사실상 메인이벤트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기자는 이번 메인이벤트의 관전 포인트를 크게 ▲민선8기에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 아트밸리 ▲정치공세로 사라진 민생 ▲야당(더불어민주당) 공세에 따른 여당(국민의힘) 집결 등 정치구도의 변화 이렇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이번 시정질문은 ‘신정호 아트밸리로 시작해, 아트밸리로 끝났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야당(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나 각자 다른 방향으로 박 시장의 대표 공약인 아트밸리를 작심 공략했다. 예상치 못한 분석으로 ‘달변가’인 박 시장 말문이 막힌 장면도 종종 연출됐다. 그 결과 설득력 있는 문제를 들춰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해태제과와 상표권 문제다. 안정근 의원은 "현재는 계약을 통해 ‘비상업적’으로는 공유가 가능하지만,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기업이 태도를 바꾸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박 시장의 청사진처럼 신정호 아트밸리가 전국적 브랜드로 성장한다면, ‘상표권’을 쥔 사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트밸리’…상표권 우려, 속도 조절 주문 눈길 
야당 정치 공세 일변도에 피로감 ‘본말전도’ 

이번 시정질문을 '아트밸리로시작해서 아트밸리로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야당 의원들이 아트밸리를 집중 포격했다. 상표권 계약관계를 질의하는 안정근 의원(오른쪽 단상)과 답변하는 박경귀 아산시장. 아산시의회 제공.

또 김미성 의원은 모든 프로그램에 ‘아트밸리’를 붙이는 시정을 우려했다. 기존 문화예술 프로그램 명칭에 아트밸리를 붙이는 방식으로 급하게 몸집만 키워서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박 시장은 “모든 곳에 ‘아트밸리’를 붙여야 상징성과 브랜드화가 가능하다”며 반박했다. 양쪽 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다만 아산시의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아트밸리’가 된다면, 아트밸리의 정체성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시정 전체가 아트밸리가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박 시장의 말처럼 아트밸리가 ‘100년 미래’를 위한 장기프로젝트라면, 마라톤 완주를 위한 속도 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김 의원의 우려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문제는 야당의 ‘강세 일변도’의 정치공격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김미영 의원은 ‘과장광고’, ‘가스라이팅’ 등 수위를 높이며 박 시장을 몰아붙였다. 급기야 선거법 고발 상황을 꺼내면서 ‘답변 거부 카드’를 주고받기도 했다. 김미성 의원도 박 시장을 추궁하는 자세로 일관하며 장시간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덕분에 꽤 다양한 민생현안이 등장했음에도 ‘기-승-전-아트밸리’였다는 냉소적인 관전평이 들린다. 질문의 본질은 시장과 의원간 ‘기싸움’에 잊혀졌다. 민의의 전당에 필요한 예의와 경청은 사라졌고, 양보 없이 되풀이하는 설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기자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로 꼽은 이유다. 

여당 의원 박 시장과 ‘화해 모드’ 연출…‘원팀’ 여부 촉각
박 시장 ‘강대강’ 답변 태도 아쉬움 "경청, 소통 필요" 

평행선을 달리던 전남수 의원(왼쪽)과 팔짱을 끼며 포옹하는 박경귀 아산시장의 뒷모습. 안성원 기자.

이 과정에서 보여준 박 시장의 태도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야당의 공격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의원이 잘 몰라서 그렇다’, ‘답변하지 않겠다’ 등 맞불을 놓으며 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소통하는 시정’을 강조하는 시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주한 쓴소리도 ‘시민의 대표’가 전하는 목소리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여당의 ‘결속 효과’를 언급하고 싶다. 야당의 계속된 강공은 하나로 뭉치지 못했던 여당 의원들을 결집하는 상황을 가져왔다. 제9대 시의회 여당 의원들은 같은 당 시장 지원사격에 소극적이었던 걸 넘어, 오히려 시정을 맹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정가에서 박 시장의 ‘외로운 싸움’에 ‘누가 야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시정질문에서 김은아 의원은 보충질의를 활용해 박 시장에게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고, 박 시장과 평행선을 달리던 전남수 의원은 훈훈한 시정질문을 마친 직후 뜨거운 포옹으로 ‘화해 모드’를 알렸다. 여당이 ‘원팀’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민선8기 박경귀호 집행부와 제9대 아산시의회는 이제 막 출발했다. 첫 시정질문은 많은 가능성과 함께 보완이 필요한 사안도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시정을 이끄는 양대 축으로서, 앞으로 ‘건설적인 긴장 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