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앞세운 김태흠, 풀어야 할 충남 현안 '첩첩산중'
[취임 100일-⓷] 육사 이전 등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 ‘시험대’ 尹 대통령 면담서 '탑다운 방식' 성과 낼까
[황재돈 기자] ‘힘쎈(센) 충남’ 슬로건을 내건 김태흠 충남도정이 지난 8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힘’을 앞세운 김태흠 호(號)는 강한 추진력으로 지역 현안과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항했다.
이런 기조 아래 충남도정은 ‘가시적 성과 창출’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충남 유치’나 ‘수도권 공공기관 내포신도시 유치’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 지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탑다운 방식 의사결정, 정치력 발휘할까
김 지사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탑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해왔다. 대통령과 '담판' 등 스스로의 역량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다.
김 지사는 실제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을 계획 중이다. 이 자리에서 육사 이전을 비롯해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지난 5일 ‘민선8기 출범 100일 기자회견’과 '육사충남유치범도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육사 충남 이전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제 소명”이라며 “11월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최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서도 지역 최대 현안으로 ‘육사 이전’을 꼽았을 정도. 대통령 지역공약이자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김 지사는 “(대통령을 만나기 전) 먼저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 뒤 (육사 충남 이전이) 대통령 공약이니까 결정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의중을 드러냈다.
육사 총동창회 등 일부 이전 반대세력의 주장을 충남 논산·계룡 유치 당위성으로 대응하고, 육사 이전에 긍정 부분이 부각된 여론조사를 제시함으로써 윤 대통령 의사 결정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산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드래프트제 도입' 성사 여부 관심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충남은 지난 2020년 10월 내포신도시를 충남혁신도시로 지정받았지만, 2년이 넘도록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충남(내포)혁신도시가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혜택을 보지 못한 만큼,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기관 우선 선택권을 배려 받는 소위 ‘드래프트제’ 도입을 건의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런 계획은 타 시·도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힘'을 앞세운 김 지사가 윤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어떤 성과물을 거둘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충청권은 영호남과 달리 정치력 부재로 캐스팅 보트 역할에만 그쳤다”며 “김 지사는 행정가이기 전에 정치인이다. 정치적 해법을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반등을 꾀해야 할 때”라며 “충청권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대전 UCLG총회에 참석한 부분도 있다. 이 기회를 살려 육사 이전 과제를 푼다면 지역에서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7기 행정 연속성 확보와 대통령 충남 공약 실현
김 지사는 또 민선7기 행정의 연속성 확보와 아울러 윤 대통령의 충남 공약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교체된 이후 여·야 간 대립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전 지방정부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대전시의 경우 대통령 공약인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확정’과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 포함’이라는 성과를 낸 터라, 김 지사의 어깨는 무거워 질 전망이다.
실제 김 지사는 민선7기 현안 과제를 이어가기 보다 자신만의 충남발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취임 초부터 대표 공약인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민선7기 민주당 단체장들이 추진한 ‘충청권 메가시티’ 사업은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과 ‘충남(서산)공항 건설’은 비교적 후순위로 밀려있고, 삽교역 신설 국비 전환 추진과 저출산 극복 시책,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 민선7기 주요정책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전임 도정 지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
이에 충남도의회에선 ‘전임 도정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선태 충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천안10)은 지난 임시회서 “민선7기 도정은 도지사 한 사람의 생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의회 심의를 거쳐 입안되고 정책화된 것”이라며 “전임 도정 주요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해 신뢰받는 행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육사·공공기관 충남 이전을 제외한 윤 대통령 공약을 실현시켜 민선8기 충남도정의 성공을 이끌어야 할 책무도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충청내륙철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내포신도시 탄소중립 시범도시 지정 ▲천안 성환종축장 이전부지 첨단국가산단 조성 ▲서산민항(충남공항) 건설 ▲수도권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 추진 ▲국립경찰병원 설립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김 지사가 공언한 내년 국비 1조원 증액, 서해선 삽교역사 국비 건설을 비롯해 보령-대전 직선화 고속도로 건설, KBS충남방송국 설립, 충청권 지방은행 등 지역 현안사업에서 남은 임기 동안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