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도정의 난제 ‘베이밸리’와 ‘균형발전’
[취임 100일-⓶] 지역 불균형 발전 심화 우려 민선8기 권역별 공약, 사업비 등 사업 구체화 필요
김태흠 충남도정이 지난 8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힘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을 도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아직은 성과보다 과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디트뉴스>는 민선8기 출범 100일 도정 성과와 향후 과제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황재돈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의 대표 공약이자 1호 결재인 ‘베이밸리 메가시티’. 충남 북부와 경기 남부에 걸쳐 있는 자동차 산업과 디스플레이, 수소 산업 등을 묶어 미국 실리콘벨리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거창한 비전과 달리 베이밸리를 바라보는 지역 내 전망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천안·아산만을 위한 사업” “충청권 메가시티와 관계 설정은 어떻게 되나”라는 우려 때문.
충남 북부권 쏠림 현상, 남부내륙권은 소멸 위기
김태흠 시·군별 공약, 66개 중 51개 북부권 해당
앞서 충남도는 지난달 29일 경기도와 베이밸리 메가시티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세부과제로 ‘아산만 순환철도 신설(천안-아산-평택)’과 ‘당진-평택항 수출기지 육성’ 등 9개 사업을 포함했다.
해당 사업이 모두 천안과 아산 등 북부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충남은 천안·아산·당진·서산 등 북부지역 쏠림현상이 심한 상황이다. 도에 따르면, 김 지사의 인수위 시·군별 공약만 봐도 66개(사업지 미정 제외) 중 51개 사업(천안 20개, 아산 14개, 서산 9개, 당진 8개)이 북부지역에 쏠려 있다.
충남도가 유치한 기업(20년 기준) 70%가량이 북부지역에 자리 잡은 점도 지역 불균형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기준 북부권 인구는 충남 전체 212만1082명 중 62.96%(133만3409명)에 달하고, 사업체수는 58%, 지역내총생산은 72.8%가 몰려 있다. 반대로 충남 남부·내륙권은 인구가 감소하는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소멸위험지수(2022년 8월 기준)를 보면, 금산군(0.18)과 부여군(0.17), 서천군(0.15), 청양군(0.16), 태안군(0.19)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꼽혔다.
지역 내 소멸 고위험지역은 2년 전과 비교해 금산과 태안이 추가됐다. 지역소멸 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2이하는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나뉜다.
도가 지난 2008년부터 지역균형발전사업을 통해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지역소멸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방증인 셈.
‘베이밸리 메가시티’ 충남 양극화 심화 우려
이에 충남도의회는 베이밸리 사업 추진에 따른 문제를 지적했다.
김명숙 기획경제위원장(더불어민주당·청양)은 지난 340회 임시회에서 “이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 계획인지, 몇 년 간 투자할 것인지 개략적인 사업비 산출이 나와야 한다”며 “도 예산에서 균형발전에 쓰일 예산이 있다. 여기에 모두 투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예산 중 베이밸리 사업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 나머지 시·군에 쓸 예산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발언이다. 다른 의미로는 지역소멸위기에 처한 시·군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김 의원이 분석한 충남도 2회 추경안에 반영된 도지사 공약 연계 사업을 보면, 천안·아산 지역에 예산 68.6%(1524억 원)가 쏠려 있다. 홍성·예산은 3억 원(0.1%), 논산·계룡·금산은 4억 원(0.2%), 공주·부여·청양은 304억 원(13.7%), 당진·서산·태안·보령·서천은 388억 원(17.4%)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추경예산이야 얼마 되지 않지만, 취임 후 첫 예산 편성이라는 점에서 지역 간 사업 유형을 짐작할 수 있다”며 지역 불균형과 양극화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5대 권역별 전략을 세운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뿐만 아니라 도내 지역 간에도 균형발전이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지역 특색과 특장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권역별 전략을 통해 지역 내 균형발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반론했다.
“권역별 세부공약 사업비 확정 등 구체화 필요”
정윤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도가 베이밸리에 집중하면 상대적으로 타 지역의 사업비가 부족해질 우려는 있다”며 “베이밸리 사업과 균형발전 사업이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도는 이에 따른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이어 “김 지사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향성은 옳다”면서도 “권역별 세부공약들을 이른 시일 내 확정하고 사업비와 예산 확보 방안 등 사업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이 사업 실행가능성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한상욱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선8기 충남도정은 천안·아산 등 충남 북부권 경우 신산업 육성과 관련해 발전 방향을 세웠고, 서해안권도 해양관련 산업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전과 세종 도시세력권에 포섭되는 남부내륙권이다. 이들 지역을 지탱하는 산업은 농업이다보니 농산업이 갖고 있는 소득구조를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남부내륙권은 농업지역의 고유문화를 갖고 있다”며 “민선8기 공약으로 공주와 부여를 문화명품 관광도시로 언급했지만, 농업지역의 고유문화를 콘텐츠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