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상 중' 베이밸리, 마음 급한 아산항 개발
김태흠 충남지사 아산시 방문 “큰 그림 그리는 중, 지켜봐달라” 시민단체 아산만 갯벌 개발 반대 “이전 시장 착오 되풀이 하나”
[아산=안성원 기자] 박경귀 아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아산국제무역항(아산항) 개발이 난관을 맞고 있다.
아산만 개발계획이 포함된 김태흠 충남지사의 '베이밸리(Bay Valley) 메가시티' 사업이 좀처럼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산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지역 시민단체는 아산항 개발을 반대하고 나서며 사업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30일 지역 시·군 방문 일정으로 아산시를 찾은 자리에서 베이밸리 공약의 구체적 윤곽을 묻는 질문에 “10년이 걸려도 밑그림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의제가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개발하고 내용을 넣을지 방향을 정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특히 “의제를 정하면 국가지원을 받을 부분과 도가 할 부분, 아산에서 맡아야 할 역할 등을 정할 것”이라며 “충남이 100년을 내다보고 그림 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큰 틀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단계이니 조금 더 지켜봐 달라”라고 이해를 구했다.
베이밸리는 김 지사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 당선인 인수위원회와 실무부서 내부 검토까지 거친 사업이다. 하지만 취임 후 두 달이 지나는 시점까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나온 점에서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산항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박경귀 시장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김 지사와 해양수산부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김성범 정책보좌관, 김창균 항만국장 등을 차례로 만나 ‘아산항’ 개발 계획이 오는 2024년 국가 항만기본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더딘 베이밸리, 시의회 예산 삭감, 시민단체 반대
아산항 개발 계획, 잇따른 난관에 주춤
베이밸리 공약은 김 지사 취임 1호 결재 사업으로, 5조 원을 투입해 아산만 서클형(평택-아산-천안) 순환철도 신설, 당진평택국제항 대중국 수출 전진기지 육성 등 8개 사업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도는 아산만 서클형 순환철도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 추진을 준비 중이다.
이는 박경귀 시장의 ‘아산항(트라이포트)’ 건설과도 맞물려 있다. 박 시장은 베이밸리 권역인 평택항과 당진항 등이 포화상태인 만큼, 행정적으로 갯벌이 아닌 항만지구로 지정된 아산만을 항구로 개발하고, 베이밸리 계획의 중심축이어야 한다는입장이다.
박 시장은 또 베이밸리 구상 중 2026~2035년까지 9618억 원을 투입해 천안~아산~평택 순환철도 103.7㎞를 건설하는 ‘아산만 서클형 순환철도’에 대해 성환과 둔포~아산항을 연결하는 노선을 추가하는 안까지 제시했다. 도는 박 시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산항 개발계획과 밀접한 충남도 베이밸리가 아직도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건 아산시 입장에서도 아쉬운 상황.
최근에는 아산항 항만기본계획 반영을 위한 타당성조사 용역 예산을 2차 추경예산에 반영했지만, 시의회가 전액 삭감해 추진력이 떨어진 상태다.
아산시, 베이밸리 별도로 항만계획 반영 추진
걸매리 갯벌 상태 악화, 매립 불가피…일부 생태계 보전
여기에 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협의회)’는 “아산항 건설을 위한 걸매리 갯벌 훼손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이전에도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 등을 만들려다 갯벌의 중요성과 비용 문제로 매번 좌절됐다. 그럼에도 또다시 걸매리 갯벌을 매립해 개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아산만은 대규모 담수호를 끼고 있어 서해연안 전체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연안 중 하나로, 항만 건설은 이들 생태계를 모두 파괴시키는 범죄 행위가 된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시는 연이은 난관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시민단체를 설득하고 아산항 개발을 단계별로 진행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도지사 베이밸리 공약이 워낙 포괄적이다 보니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 같다”면서 “(예산 삭감 등) 한 템포가 늦어지더라도 시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진행해 나가려 한다. 베이밸리와 별도로 항만기본계획 반영을 위한 논리 개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시민단체의 반대에 대해 “이제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상생을 위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사실 현재 갯벌 상태가 많이 악화돼 매립은 불가피하다. 시에서도 갯벌 일부를 보전하고 생태계 관련 시설 계획을 아산항 구상에 포함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