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허태정·이춘희·양승조, 다음 행보는 총선?

충청권 민주당 광역단체장 지선 ‘전패’..향후 거취 ‘관심사’

2022-06-06     류재민 기자
왼쪽부터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류재민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이 앞으로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허태정(56) 대전시장과 이춘희(66) 세종시장, 양승조(63) 충남지사가 그 대상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허태정·양승조)과 3선(이춘희)에 도전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당분간 선거 패배 충격을 추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정치적 재기를 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허태정, 2,39%p 차 분패, 아쉬운 낙선 후보 5위
차기 총선 지역 국회의원 출마 가능성 ↑ 

허태정 대전시장은 ‘50대’ 나이로 볼 때 정치 생명을 이어갈 공산이 높다. 허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아쉽게 낙선한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허태정 시장 페이스북.

먼저 허태정 시장은 ‘50대’ 나이와 인지도 등을 볼 때 정치적 재기 가능성이 가장 높다. 허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아쉽게 낙선한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응답률 10.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낙선 시·도지사 후보 중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사람을 설문한 결과 허 시장은 김은혜(경기)·송영길(서울)·이광재(강원)·박남춘(인천)후보에 이어 5위로 나왔다.

허 시장은 이장우 당선인과 접전 끝에 2.39%p 차로 석패했다. 허 시장 스스로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 뼘 차 벽을 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허 시장이 2년 뒤 22대 총선 출마로 재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구청장으로 재직하며 정치적 기반을 닦았던 유성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이 출마지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전통적 텃밭인 서구에서 국민의힘에 밀리면서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 출신인 박병석(6선. 서구 갑)·박범계(3선. 서구을) 의원의 책임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 

당 혁신위가 제시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가 쇄신 차원에서 현실화한다면 허 시장의 선택지는 더 넓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춘희, 전국적 상징지역 패하며 ‘책임론’ 직면
지역 의원 모두 초선, 향후 정치 행로 험난할 듯
“어느 곳에서든 세종시 응원하겠다” 의미심장 글 

낙선 3인 단체장 가운데 최연장자인 이춘희 세종시장 거취는 두 시·도지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 전국 선거의 상징이었던 세종시를 내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춘희 시장 페이스북.

낙선 3인 단체장 가운데 최연장자인 이춘희 시장의 거취는 두 시·도지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 전국 선거의 상징이었던 세종시를 내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이 시장은 47.16%(6만9995표)로, 52.83%(7만8415표)를 얻은 최민호 당선인에게 5.67%p(8420표) 차이로 패했다. 

이 시장은 ‘젊은 도시’를 표방하는 지역에서 70세에 가까운 나이가 정치적 부담이 될 뿐더러, 지역 국회의원(홍성국·강준현) 모두 초선이라는 점에서 차기 총선 출마도 녹록지 않을 거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행정수도 세종을 향한 20년 동안의 발걸음은 여기에서 멈추지만, 어느 곳에서든 세종시가 행정수도를 넘어 대한민국 행복 1번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응원하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양승조 “쓴 약 기꺼이 먹겠지만 잊지 않을 것”
벌써부터 차기 총선 ‘천안을’ 출마설 
천안 3개 지역구 당선 ‘진기록’ 쓸까

양승조 충남지사는 차기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 차기 총선 천안을에 출마해 명예 회복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승조 지사 페이스북.

양승조 충남지사는 선거 직후부터 차기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 양 지사 측은 박완주 의원(무소속, 천안을) 성비위 의혹이 선거 패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차기 총선 천안을에 출마해 명예 회복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는 저 양승조 개인의 실패지, 여러분의 실패가 아니”라며 “더 이상 실망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떨치고 일어나길 바란다”고 적었다.

양 지사는 “저는 오늘의 이 쓴 약을 기꺼이 먹겠다. 그리고 그 맛을 잊지 않겠다”라며 재기의 여지를 남겼다. 양 지사가 차기 총선 천안을에 출마해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다면 천안 3개 지역구(갑, 을, 병)에서 모두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인지도 높은 단체장 출신, 재기 모색할 것”
“당 쇄신 과정 특정 세력 줄 대며 차기 도모 예상”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과)는 6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모두 인지도가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들이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면 현역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차기 민주당 총선 공천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질 것 같고, 공천을 얻기 위한 조직 정비나 자기 사람 심기가 활발히 일어날 것 같다”며 “당 내부 쇄신과 정비작업이 일어나고 있는데, 본인들이 기댈만한 세력에 줄을 대면서 차기를 도모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차기 정치 행보, 개인적 명예 회복 그쳐선 안 돼”
“반성의 시간 동안 지역 정체성·정책 어젠다 고민해야”

일부에서는 이들 단체장이 향후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에 단순히 개인적 명예 회복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과)는 “충청권 민주당의 패인은 독자적 지역 정체성을 갖추진 못했다는 데 있다”며 “지역 정체성이나 정책적 아젠다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야 지역에 플러스는 없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지금이라도 낙선한 단체장들이 함께 모여 반성의 시간을 갖고, 민주당이 갈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총선 얘기가 나와야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