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다녀간 충청권, 지방선거 유불리 ‘셈법’ 복잡

여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1박 2일 지역 행보 반응 ‘극명’

2022-05-01     류재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충청권을 방문한 이후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지역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류재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충청권을 방문한 이후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선거 개입’이라고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순수한 ‘민심 행보’ 성격이라며 선을 그었다. 

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28일 충남 아산과 천안, 홍성, 예산을 찾아 이충무공 다례 행사와 현장 방문에 이어 대전 중앙시장에서 지역민과 만났다. 29일에는 카이스트 학생 간담회와 대전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연구 현장을 찾은 뒤 충북 청주로 이동해 1박 2일 일정을 소화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인 정치 행보였다고 반발했다. 동시에 윤 당선인의 지역 방문이 한 달여 남은 지방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박영순 “尹 방문, 노골적이고 명백한 선거개입”
“盧, 우리당 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탄핵소추”
조승래 “물자·인원·장비·예산 국힘 후보자 지원 사용”
“민주당의 억지 네거티브? 소도 웃을 일”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28일 충남 천안지역 공약인 수도권 광역급행열차(GTX-C)노선 현장에서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박영순 대전시당위원장(대덕구)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탄핵소추까지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국을 다니면서 자당 후보를 격려하고, 시장통을 다니면서 분위기를 돋우면 되겠나.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스스로 ‘충청의 아들’이라면서 우주청을 경남으로 보내고, 인수위가 제시한 공약도 새로운 게 없다”며 “하다못해 방사청을 어떻게 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 지역공약 발표도 ‘설명회’라고 하지만, 결국 정치적 행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후속 조치인 손실보상이나 민생, 경제를 어떻게 안정시키겠다는 대책도 없이 다니는 걸 보니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조승래 의원(유성갑)도 페이스북에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해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물자와 인원, 장비와 예산을 국민의힘 후보자 지원에 사용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며 “예산의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재정법, 예산 운용 지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국민의힘 중앙당의 “민주당의 억지 네거티브(김형동 수석대변인)” 논평에 “지자체를 들러리 세워놓고 지자체가 함께 했으니 선거개입, 선거 지원이 아니다?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과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지역 행보가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지방선거에서 ‘윤심(尹心) 효과’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양홍규 “후보 시절 ‘다시 오겠다’ 약속 지킨 것”
“지역 당원·홍보 인원 동원 안해..오해 없기를”
김병준 “정치적 목적 행사 의구심 받을까 고민”
“새 정부 출범 전 국정 설명회 마땅하다고 생각” 

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선거 개입’이라고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순수한 ‘민심 행보’ 성격이라며 선을 그었다. 왼쪽부터 박영순·조승래 민주당 의원, 양홍규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 특위 위원장.

양홍규 대전시당위원장은 “당선인께서 후보 시절 ‘당선되면 중앙시장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일 뿐”이라며 “인수위 지역균형발전 특위는 지역공약 발표와 관련해 로드맵을 확인시켰고, 지역 민원도 들었다”고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양 위원장은 특히 “당선인 신분으로 온 것이라 시당 차원에서 당원 홍보나 인원 동원도 하지 않았다”며 “저조차 중앙시장과 만찬에 가지 않았고, 당선인께서 지역 주요 지도층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지역균형발전 특위 위원장도 대전·세종 지역공약 발표회에 앞서 “일부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 있다”며 “저희 또한 그런 의심을 받을까 상당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많은 생각 끝에 새 정부 출범 전 국정의 정상적인 과정으로서 저희가 고민하고 검토한 것을 지역을 돌며 보고드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지금 이 자리에 섰다”며 이해를 구했다. 

권오철 중부대 초빙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당선인이 취임 전 지역을 찾아 현장은 방문할 수 있다고 해도 지역에 필요한 ‘선물 보따리’는 갖고 다녀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과연 충청에 이익이 될 만한 걸 가져왔다면 모를까 내용이 별로 없다. 그러니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행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라며 “대전의 이슈인 우주청 입지도 아무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역 민심이 긍정적으로만 반응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1일 오후 선거사무소에서 윤 당선인 대전 방문 성과와 핵심 공약(지역은행, 나노반도체 종합연구원·산업단지 등) 진척 상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