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조화 밖에 내놓아라˝
2001-07-17
- 사망 이틀째를 맞은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 부인 빈소에는 침울한 가운데 폭풍전야 같은 결연하고 단호한 분위기.
- 김회장 장남 재호씨에게 둘째 딸을 시집 보낸 이한동 국무총리는 빈소가 마련되기 전인 14일 밤 일찌감치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으나 김회장은 격앙된 어조로 모종의 메시지를 이총리에게 전하면서 ˝DJ에게 전하시오˝라는 말을 덧붙혔다는 후문.
- 김회장이 말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지만 부인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과 동아일보가 처한 현실을 비춰볼 때 일전 불사 의지를 내 비친게 아니겠느냐는 게 정가의 분석.
- 세무조사로 불거져 나온 현정권과의 불편한 관계에 있는 김회장은 또 ˝나라가 이지경인데 당신들은 도대체 한게 무엇이오˝라고 호통쳤지만 이총리는 위로의 말은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격앙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는 전언.
- 특히 이날 DJ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조화를 빈소 밖에 세워두고 영정주변에는 가족과 친지 등 가까운 몇몇 사람들의 조화만 있어 눈길. 이와 관련 유족 측은 현직 대통령의 조화를 거절할 명분이 없어 정치인의 것을 전부 빈소 밖에서 두었다고 전언해 현 정권을 보는 동아일보 측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 14일 밤 서울 전역에 걸친 엄청난 폭우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와 기자등 2백 여명은 삼삼오오 모여 빈소를 지키면서 ˝김회장이 현정부와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하는 게 아니냐˝고 전망하면서 단호한 분위기.
- 기자들은 지난 11일 편집국장이 바뀌면서 현정권과 관계 모색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나 부인 사망을 계기로 전면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게 되었다며 앞일을 걱정하는 모습.
- 일부 간부들은 ˝이럴때 일수록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며 속단을 자제하면서 후배들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주문. 이날 빈소에는 사망소식을 들은 취재기자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자 동아일보 측은 출입을 제한해 기자들은 영안실 입구에서 송고.
- 한편 지난 11일 편집국 기자70.4%의 신임을 받아 편집국 수장이 된 김용정 국장(광주일고, 고려대)은 취임 일성으로 ˝비판하되 비판받는 자가 화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할 수 있도록 하는 신문˝을 강조해 현정권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으로 될 것이라는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