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과학자 카페′ 만든다
2001-08-23
내년부터 본격 운영 예정
「아침 9시. 백발이 성성한 노 과학자들이 하나 둘 카페로 모여들었다.간단한 수인사를 나눈 과학자들은 탁자에 둘러앉아 차 한잔을 나누며 각 연구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보고서와 모 기관에 투고할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
때마침 한 벤처기업 대표가 찾아왔다. 정보통신 벤처인 이 기업은 내년에 선보일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애로 사항을 털어놓았다.
한참을 듣고 있던 원로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쌓아온 연구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벤처기업 대표에게 허심탄회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해답을 얻은 벤처기업 대표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카페 문을 나선다...」
내년부터 대덕연구단지에 만들어질 '원로과학자 카페'의 한 풍경을 상상해 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조영화)은 내년부터 연구원 1층에 퇴직 과학자들의 휴식처인 '원로과학자 카페'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20여평 규모의 카페 조성 공사는 이번주까지 내장공사를 마친 후 이달말 완공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원로과학자 카페는 일선에서 물러난 각 분야 과학자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친목을 도모하는 한편 그들이 연구수행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정책에 반영하거나 벤처기업의 기술 가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브레인 쉼터'.
원로 과학자 카페는 연구과정에서 쌓아온 원로 과학자들의 노하우와 잠재력을 과학발전에 다시 환원시켜 보자는 취지아래 만들어지게 됐다.
원로 과학자들은 주 1-2회 정도 카페에 나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상담 등을 통해 기업들이나 연구기관, 연구원들에게 전문지식 및 연구 노하우를 전수한다.
또한 이들에게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함으로써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게 된다.
KISTI는 과학기술부나 각 기관에 카페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제출, 많은 호응을 얻었으며 운영비 등의 내년 예산 반영도 과기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놓고 있다.
원로과학자 카페 운영은 구조조정 등으로 나이 많은 과학자들이 밀려가는 상황 속에서 원로들의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재 활용 방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KISTI 관계자는 "원로과학자 카페는 그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고 다시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인재 풀' 이다"며 "요즈음 같이 과학자들이 조기 퇴진하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새로운 형태의 지식 활용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석호 기자 · ilbol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