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입기자들에 ′휴가촌지′ 살포
2001-08-09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촌지를 뿌리는 관행은 없어졌다는 일반적인 판단과 달리 민주당이 여름휴가비 명목으로 200명이 넘는 출입기자들중 상당수에게 촌지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지난달 30∼31일 이틀에 걸쳐 대변인실 최모 국장이 출입기자들에게 개인당 30∼50만원 정도를 나눠줬다. 민주당이 제대로 배포했다면 최소 6000만원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한 일간지 민주당 출입기자는 “대변인실에서 우리 신문사의 한 기자에게 ‘여름휴가비를 받아가라’는 연락을 했었다”며 “다른 언론사에도 그런 방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앙언론사들에게는 이처럼 핸드폰으로 연락해 대변인실의 행정실로 불러 개인당 30∼50만원의 촌지를 나누어 줬으며 지방지의 경우 권역별로 배포한 것으로 들었다. 기자실에 주로 상주하는 기자들에게 집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의 한 기자는 “민주당측에서 문제가 될 만한 언론사에게는 배포를 하지 않았으며, 의도적이었는지 실수였는지는 모르지만 일부 지방지에도 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모 라디오방송사의 경우엔 기자실에 잘 드나들지 않은 기자들까지도 챙기는 ‘성의’를 보였으며 모 신문사의 경우에는 봉투를 돌려주자 액수가 작아 그런 줄 알고 봉투 숫자를 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언론사의 경우엔 기자 개인당 50만원, 지방지의 경우엔 30∼50만원의 금액이 지급됐으며 기자들이 받은 새천년민주당 로고가 새겨진 봉투안에는 7월말 농협 국회지점이 발행한 수표가 들어있었다.
민주당이 촌지를 나눠준 사실이 전해진 뒤 기자실의 분위기는 ‘우리가 이런 것 받아도 되느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별 문제 없다는 인식이 대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촌지를 받은 일부 기자들 가운데서 이를 반납한 기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이를 반납하는 한편 회사에 이 사실을 보고하기도 했으며, 다른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휴가비를 받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반발하기도 했다.
촌지를 거부했다는 한 기자는 “지난해에도 이런 식으로 지급됐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언론개혁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촌지를 지급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이러고도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기자는 “200명 가량의 기자들에게 그만큼의 금액을 줬으면 액수가 거의 1억원에 육박한다”면서 “대변인실 차원이 아니라 당 상층부가 지시해 특별예산이 편성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촌지 배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대변인실의 최모 국장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식사비 정도 주는 게 있을지는 모르나 대변인실에서 돈을 돌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용학 대변인도 “지방에서 올라와 생활이 어려운 몇몇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조금 지원한 것은 있으나 당 차원에서 한 것은 없다”며 “이 정부 들어 당은 돈이 없다. 일부 개인적인 지원이 와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