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변해야 산다(하)
2001-08-06
지역민들 지방신문 아끼기 운동 필요
IMF직후의 일이다.
대전지역 한 기업인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회사입니다. 자식이 못나서 회사를 없앴다는 소리만큼은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자금을 가지고 들어와서 명맥만 유지해주면 정말 아무 조건없이 회사를 넘기겠습니다.″
이 중견 기업인은 특히 체불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불과 4년만에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 ′부채율 0%′를 목표로 하고 있어 주변에서는 ′기적′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며칠 전.
대전의 한 신문사 중견 간부를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자본 유입문제에 이르렀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자본을 끌어들인다고 말은 하는 데 정말 그렇게 원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버리지 않는 것 같아서 하는 얘기입니다. 자신은 그대로 앉아 종전과 같이 행세를 하겠다면 돈을 갖고 들어올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경영자의 엇갈린 시각과 관련, 두 사례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건강성 회복 위해 신규 자본 수혈 필수
위기의 지방신문이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본영입이라는 개혁적인 조치의 ′실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도 해보았고 여의치 않자 내부적인 조치를 통해 경영에 부담을 줄여나가는 신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과연 자신의 기득권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자본주 영입을 물색했는가 하는 점은 되새겨 볼 일이다.
지난 6월 28일 유성에서 열렸던 「지방신문의 문제와 과제」 워크숍에서 한 발제자는 ″지방 신문사는 창간 당시부터 서울지역보다 영세한 자본으로 출범한데다 서울지역 신문사를 따라잡기 위한 과다한 시설투자, 경제위기, 광고급감 등으로 새롭게 자본주를 영입한 극히 일부 지방신문사를 제외하고는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며 자본주 영입과 열악한 자본문제를 거론했다.
사실 기자를 비롯한 종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성향이다. 요컨데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 뒷바라지 해주고 건강한 언론관만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특히 과다한 부채가 자체 경영 능력을 뛰어 넘어 버린다면 ′차라리 주인이 바뀌어 좋은 환경에서 기자로서 포부도 펴고 대우를 제대로 받았으면...′하는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노력의 결과가 경영 호전 쪽으로 이어지지 않고 부채 상환에만 급급하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기자들의 의욕상실은 지면 부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일부 기자들은 생활인으로서라기 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언론인들이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기자정신이 위축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부실한 지면은 절독으로 연결되고 또다시 광고 감소와 경영 부담으로 이어져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오늘 날 지방신문이 안고 있는 과제다.
따라서 이제는 정말 신문의 공익성을 강조하면서 단순한 이익사업이 아닌 사회공기라는 점을 새삼 인식하는 경영주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자본주 물색을 위해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과거와는 또 다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적정 규모의 자금이 들어온다면 지방지들은 남아있는 구성원들로서 충분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 다음 광고, 판매, 편집의 문제점을 차분히 짚어보고 새로운 개념의 경영 패턴을 도입한다면 경영 호전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이미 경영의 문제는 자체적으로 파악이 되어 있고 보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신문 보기 운동 등 시민의식 변화도
지방신문 내부적인 문제가 자본 유입과 새로운 경영패턴 도입이라면 외부적으로는 지역민의 정서도 문제다.
지방신문은 무조건 비하하고 지방소식은 몰라도 된다는 생각이 지방지를 고사시키고 있다. 정작 지방신문은 보지도 않으면서 지방지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비판적인 목소리만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인물일수록 구체적인 것을 물어보면 전혀 모른다. 이러한 태도는 지역 언론 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신문이 제 역할을 하고 정책집행기관에 대해 올바른 비판과 견제, 감시기능을 할 때 결국 시민의 권리도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김창룡교수의 말이다.
″대구·부산등지에서는 ′우리 신문을 봐야 한데이. 안그러면 우리 모두가 죽는 데이′라는 지방지 사랑 정서가 있습니다. 대전에서도 지방신문 살리기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여기에는 신문을 적어도 어느 수준까지는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극단적인 지방지 아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전 지역에 거주한다는 공간적 의미에서 지방신문에 대한 최소한의 애착과 관심을 보여달라는 말이다.
중앙지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조그마한 실수도 지방지에서 일어나면 ′그러면 그렇지′하면서 쾌재를 부르던가 ′지방지는 할 수 없다′는 등의 관점은 분명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신문들은 자본주 영입과 경영패턴 변화, 그리고 지방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어울어 질 때 과거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김중규 기자 · iot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