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인터뷰] 대전하나시티즌, K리그1 승격 첫해 잔류 이상 목표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2차 전지훈련지인 경남 거제에서 기자와 만나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지상현 기자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2차 전지훈련지인 경남 거제에서 기자와 만나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지상현 기자

[거제=지상현 기자]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에게 2023 시즌은 특별하다. 지난 2021시즌부터 선수단을 이끌어 온 지 2년 만에 팀을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시켰기 때문이다.

구단주인 하나금융그룹 뿐 아니라 팬들인 대전시민들의 염원인 K리그1 승격을 일군 이 감독에게 승격 첫 해인 2023 시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이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승격 첫 해 '사고칠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기본적인 목표는 K리그1 잔류지만, 이 감독의 시선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상위 스플릿에 이은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그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2차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이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불과 2023 시즌 개막을 3주 앞둔 시점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각오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났다. 그리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일 오후 2차 전지훈련지인 경남 거제에서 만난 이 감독은 지난 연말 재계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은 대답을 내놨다. 

“2년 동안 승강PO를 거치며 이 선수들을 데리고 1부에서 해보고 싶었다. 얘네들은 1부에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선수들을 데리고 1부에 가서 뭐가 됐든 부딪쳐 보고 싶었다. 선수들이 너무 좋다. 모난 선수도 없고 가족같이 잘 지내는 것 같다. 팀에서 나가면 (이 팀에게)겁이 날거 같았다(ㅎㅎ)”

이 감독은 뚜렷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우선 K리그1 잔류가 첫 번째고 그 다음은 보다 높은 곳, 즉 6개팀만 갈 수 있는 상위 스플릿이다.

기자: 1부 승격 첫해인데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8년 만에 1부로 승격했다. 대전시티즌이었을 때 승격한 뒤 바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는데 팬들에게 두 번 다시 그런 결과를 안겨드리지 않기 하기 위해 잔류를 목표로 삼고 6강,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서 ACL까지 진출하는 게 최선의 목표다. 목표는 높게 갖고 가야 한다. 무조건 한 자릿수 순위에 머물고 싶다. 저희는 2부에서 1부에서 올라왔고 도전자 입장이다. 초반 5경기만 잘 넘기면 좋겠다.”

기자: 1차 전지훈련 성과와 2차 전지훈련 계획은.
“2달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기초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따뜻한 나라인 태국에서 부상없이 훈련하고 왔다. 2차로 거제에서 전술이나 경기를 통해 실전 연습과 선수들 호흡 맞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1차 훈련에서 큰 부상자 없이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70~80%까지 끌어올린 것에 만족한다.”

이 감독은 지난 달 시작과 함께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뒤 귀국했다. 그런 뒤 곧바로 경남 거제에서 2차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2차 훈련 시작과 동시에 주장을 바꿨다. 지난 시즌 고생(?)한 조유민 대신 주세종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기자: 주장 변경 이유는.
“조유민이 너무 잘 해줬는데 한편으로는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계속 대표팀에 나가야 할 선수다. 조유민이와 얘기해 보니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조유민을 이어서 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갖춘 선수다. 작년 중간에 왔음에도 선수들의 중심을 잘 잡아준 모습이 있어서 잘 이끌어 줄 것 같아 부담을 주기로 했다(ㅎㅎ). 이창근과 김민덕, 임덕근이 부주장인데 임덕근 선수는 B팀 주장 격이다.”

기자: 이적시장에서 선수보강 만족하는가.
“감독 입장에서는 만족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어디가 부족하고 부족한데 이 팀에 3년차를 맞고 있는데 모든 선수들이 잘 갖춰져 가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능력있는 선수들이고 2년 동안 영입했던 선수들과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용병 영입은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3백으로 섰을 경우 왼발잡이 센터백과 공격형 미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시즌 전에 데려오면 좋은데 아무 선수나 데려올 수 없기 때문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티아고와 레안드로, 마사까지 현재는 3명이다.”

이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장난치듯 소통하며 편안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이 조유민(오른쪽)과 주세종(왼쪽) 사이에서 훈련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이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장난치듯 소통하며 편안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이 조유민(오른쪽)과 주세종(왼쪽) 사이에서 훈련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실점을 줄여야겠지만 그렇다고 수비만 하지는 않겠다. 공수전환 빠른 팀 만들겠다"

솔직히 지난 시즌 대전은 위태위태했다. 2021 시즌 승강 PO에서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한 뒤 곧바로 맞은 2022 시즌 초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훈련량이 부족한 탓에 부진으로 출발했다. 가까스로 상위권으로 진입했을 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팬들은 아쉬움과 함께 때로는 격한 감정도 드러났다. 그럴 때마다 이 감독은 상처를 받았다.

기자: 2021 2022 시즌 모두 수비 불안 노출했는데.
“저희 팀으로서는 가질 수밖에 없는 리스크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은 좋은 공격력이자 좋은 선수들을 갖췄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선수들의 부담감이 있었고, 그렇게 (공격적으로)하기 위해 뭔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공격에서 그만큼 골을 넣을 수 없을 것이다. 실리축구를 했으면 더 좋은 성적이나 결과가 왔을지 모르지만, 이야기꺼리가 나올 수 있는 팀은 안됐을 것이다.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가다보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잠그는 축구를 하는 팀에게는 카운트펀치처럼 역습으로 골을 먹는 것도 많았다. 실수에 의한 실점도 있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실수로 인한 실점들이 많았다는 것인데 고쳐야 될 부분이었다. 1부에서 수비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한다. 실점은 줄여야겠지만 그걸 위해서 공격을 안한다는 것은 팬들을 위해서도 안된다. 수비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공격적으로 하겠다.”

기자: 선수들에게 어떤 축구를 원하는가.
“밸런스와 템포, 스피드를 겸비한 축구, 공수 전환이 가장 빠른 팀을 만들고 싶다. 상대 골대로 빨리 가야만 찬스가 생기고, 공을 뺏겼을 때는 우리 골대로 빨리 백업해야 실점을 줄인다. 선수들이 이런 축구를 안해봤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을 계속 만들고 선수들의 인식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다. 선수들을 이해시키는 시간이 길었다. 체력이 첫 번째다. 월드컵만 봐도 한국이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 선수들과 소통은 어떻게.
“평상시에 장난치듯 한다.”

기자: 지난해 팬들의 사퇴요구를 바라보는 심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런 얘길 듣고 되게 기분이 안 좋지만 그만 두더라도 끝까지 가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여기에서 포기하면 승격이 안됐을 것이라고 생각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단에서만 믿고 안 자르면 할 수 있다고 자신있었다. 승강 PO 자신있었다.”

이 감독은 경기장 내외에서 선수들의 독려를 위해 여러가지를 노력했고 그 결과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지 3년만에, 시민구단 시절까지 포함하면 8년만에 K리그1 승격을 일궜다. 그 밑바탕에는 K리그4가 있었다. 주전선수들의 부상이 있을때마다 백업 자원인 어린선수들이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줬다.

기자: K4 참가 어떻게 보는가.
“확실히 필요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리그가 K3로 상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4와는 수준이 맞지 않는다. K4 선수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공익요원이 많아 계속적으로 훈련하면서 조직력을 쌓을 수 있는 팀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경기를 하다보면 어떤 경기는 수준차가 크다. 힘든 것이지만 K3 정도면 충분히 어린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리그가 될 것이다. 올해는 K4에서 K3로 승격할 수 있도록 조직력에 강화 중점을 두겠다. A팀은 1부, B팀은 3부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이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전 선수단은 경남 거제에서 2차 전지훈련에 한창이다. 사진은 거제스포츠파크에서 훈련중인 선수들. 지상현 기자

기자: 경기 중 정장이 아닌 운동복 차림 이유는.
“편하다. 경기 중에 화도 내고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정장 입으면 절제될 거 같아서(ㅎㅎ).”

기자: 승격을 일궜음에도 감독상 후보에게 빠졌는데.
“상과는 인연이 없다. 오로지 승격만을 생각했다. 승격이 안됐으면 나갔을 것이다.”

이 감독에게 평상시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대한민국 지도자들이라면 한번쯤 꿈꿔 봤을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의견부터 히딩크호와 벤투호의 차이 등이 그것이다.

기자: 지도자로서의 목표, A대표팀 감독인가.
“해외 대표팀 감독은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너무 부담되고 쉽지 않다. 김학범 감독을 모시고 아시안게임도 했는데 쉽지 않았다. 불러주면 생각은 해보겠지만 쉽지 않다(ㅎㅎ).”

기자: 2002 멤버와 현 대표팀 멤버 중 어디가 우세하다고 보는가.
“그때와 지금축구는 많이 다른데 단기전으로 가서 승부를 본다면 2002 멤버들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은 토너먼트 대회다. 체력이 준비 안돼 있으면 쉽지 않다. 아시안게임도 체력적으로 엄청 준비하고 갔다. 지금은 전술이나 빌드업이 너무 좋아졌다. 벤투호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준비돼 있었다면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감독은 1차 전지훈련에 U18 선수 2명을 데려가 함께 운동했다. 주전격인 A팀이 아닌 B팀과 훈련했지만, 그대로 유스팀의 장점을 살려 어린 선수들에 동기부여를 위한 구단과 이 감독의 배려였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 감독은 “유스 선수들을 전지훈련에 데리고 갔는데 그것이 유스의 특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유스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스 선수들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다른 구단과 차별을 둬서 도움될 수 있도록 하겠다.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 이 감독은 팬들에게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승격한 뒤 첫 경기를 강원과 한다. 하나의 경기일 뿐이지만 팬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개막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팬들은 최선이 아니라 최고를 원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 똘똘 뭉치겠다. 변함없이 응원해 달라. 저희도 강등의 아픔을 겪기 않게끔 팬들을 위해 한발 더 뛰고 목표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오는 26일 홈 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FC와 2023 시즌 개막전이자 홈 개막전을 통해 첫 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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