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회 법인화 따라 공공단체로 전환돼 위탁선거법 적용
이승찬 후보, 3년간 사재 10억원 출연...민선 2기에도 확대될 듯

손영화 후보(왼쪽)와 이승찬 후보(오른쪽).
손영화 후보(왼쪽)와 이승찬 후보(오른쪽).

[지상현 기자]대전시체육회장 선거가 손영화 후보(기호 1번)와 이승찬 후보(기호 2번)간 양자대결 및 리턴매치 구도로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체육인들이 가장 관심을 모았던 후보들의 사재 출연 약속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초대 대전시체육회장 선거과 달리 이번 민선2기 선거는 체육회 자체가 아닌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7일 대전체육회에 따르면 지난 해 6월 대전체육회는 법정 법인화를 완료하면서 임의단체에서 공공단체로 성격이 바뀌었다. 임의단체였던 3년전 초대 대전체육회장 선거는 체육회 내부에서 모든 선거 과정을 관리해 진행했다.

하지만 법인화에 따른 공공단체가 되면서 체육회장 선거는 체육회 내부 업무가 아닌 선관위로 위탁하도록 규정이 새롭게 마련됐다. 2020년 12월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지방체육회장 선출에 대한 선거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한 것.

이에 따라 광역인 대전체육회장 선거는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초인 시군구 체육회장 선거는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탁해 치러진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자 등록 및 투·개표 등 선거관리 전반에 관한 사무 뿐 아니라 위반행위 단속과 조사에 관한 사무 등을 관리한다.

이러면서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선거 즉, 후보자·선거인 대상 매수 및 이해유도 행위, 후보자(후보자의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단체·시설 포함)가 선거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선거인이나 그 가족 등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위탁선거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저촉돼 처벌을 받게 된다.

대전선관위는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후보자 및 선거인에 대한 매수행위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및 비방 ▲체육회 임·직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후보자의 정당 등 표방 행위 등에 대해 중점 단속 중이다.

선관위가 위탁 관리하면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도 진행 중이다.
선관위가 위탁 관리하면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도 진행 중이다.

이같은 상황 변화로 체육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후보자들의 사재 출연 약속도 못하게 됐다. 지난 3년 동안 대전체육회장으로 임기를 수행했던 이승찬 후보는 임기 동안 1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꿈드림 프로젝트'에 사용했다. 꿈드림 프로젝트는 예산으로 사용할 수 없는 분야, 예컨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수한 학생 선수들에 대한 훈련장학금과 국제대회 출전비 등으로 사용됐다.

이승찬 후보는 민선 2기에도 꿈드림 프로젝트를 연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출연금 규모는 밝히지 못했다. 손영화 후보도 지난 달 23일 진행한 출마 기자회견에서 사재 출연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답변하려다 선관위 직원의 제지로 공개하지 못했다. 두 후보 모두 사재 출연 약속을 하게 되면 위탁선거법에 따라 기부행위 의사표시나 약속에 해당돼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꼈다.

체육회 안팎에서는 "두 후보 모두 재력이 있다보니 회장에 당선되면 민선 1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출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거법 때문에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며 "내년 초 임기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공개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체육회 내부 정관이나 사무처리 규칙에 회장이 기부금이나 출연금 형식으로 어느 정도 금액을 납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사항들을 후보자들에게 적극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전체육회 관계자는 "대전체육회가 민선 1기때는 임의단체였다가 법인화로 공공단체가 되면서 어려움이 많다"면서 "사재 출연금 규모를 공개하게 되면 금품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 대전시체육회장 선거는 335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게 되며 오는 15일 정견발표에 이어 투표를 통해 당선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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