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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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형성된 자기 나름대로 원칙(규칙)이 가지고 있다. 이 원칙은 상당히 주관적이라서 비슷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다. 원칙은 자신을 규율 속에서 정당화시켜버리고 그것을 마치 당연하게 해야 하고,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무의식이 점령당해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식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당연함의 규칙이 삶의 멘토로 입력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원칙(규칙)이 많을수록 당연함은 많아진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밖에서 놀다 오면 집에 들어와서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밥 먹기 전에 손은 꼭 씻어야 한다.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꼭 손은 씻어야 한다. 손을 씻을 때는 비누로 빡빡 손톱 밑까지 깨끗이 닦아야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면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 전에 양치질은 꼭 하고 자야 한다.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치질을 시켜야 한다. 외출하고 들어오면 신었던 양말은 세탁기 속에 넣어야 한다. 침대 위에는 외출복을 입은 채로 들어가서는 안 되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약속하면 적어도 5분 전에는 미리 도착해 있어햐 한다. 등 수만 가지의 원칙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많다. 이 많은 원칙들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나의 하루는 어떠할까’를 생각해보세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화’가 그냥 ‘화’가 아닌 분노와 격노까지 치솟아 타인의 삶까지 파멸하고픈 마음이 순간 든다. 그것은 욱하는 감정과 거의 비슷한 형태를 지녔다. ‘당연하다’고 자기 나름대로 규칙을 설정하는 이유는 규칙이 없으면 불안감이 고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규칙이 없으면 불안감은 감소 된다. 또한 자신이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한테 미안해지는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한테 미안하게 만드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타인에게 그 원인이 있다는 믿는다. 

과연 ‘당연함’이 존재할까를 물어보고 싶다. 당연함은 없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예를 들어,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고,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 하고, 다른 사람한테 잘못한 일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라고 반문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반대의 질문을 던져본다. 돈을 빌리면 꼭 갚아야 하나요?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 하나요? 잘못한 일을 했으면 꼭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요? 여기 ‘꼭’이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는 당연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넣었다. 각 개인적 사정을 우리는 다 이해할 수도 없고 다 수용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실수한 적은 없을까? 자신 또한 급한 사정이 생겨서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돈을 기한 내 갚지 못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타인과 소통이 제대로 하고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소통 안에는 공감과 배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당연함과 달리 감사함은 모든 것을 수용한다. 즉 약속 시간에 상대방이 늦게 왔다면 그래도 나와줘서 고맙다고 표현한다. 돈을 빌려서 갚지 않았다면 빌려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표현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도인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다. 감사함이 많다면 당연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쉬운 예로, 우리가 공기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아니면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한 것일까? 

무엇이든 그것이 감사함인지 당연함인지를 생각해보세요. 만약 감사함이라면 억울한 감정도 크게 분노할 일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함이라면 상황은 반대로 바뀌게 된다. 감사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가족 안에서 정서적으로부터 독립을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함 때문에 힘들다면 삶 속에서 자신이 어떤 부분에 억압되어 있는지를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중요한 사실은 당연함이 없는 사람에게는 감사 충만이고, 감사함이 없는 사람에게는 당연함으로 가득 찬 삶을 살게 된다. 결과적으로 당연함과 감사함은 반비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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