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속삭이다가
속상하다가
속썩다가
속터진 뒤
속후련한 과정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낭비될 감정도 없다. 연애든 육아든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내 맘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낭비될 감정도 없다. 연애든 육아든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내 맘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엄청난 감정노동이다. 상대에 대한 그리움과 만났을 때의 기쁨, 서로 다른 판단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 존중받지 못한다는 자존심 훼손, 상처받은 후의 분노와 좌절감, 화해한 후의 안도감, 함께 미래를 그리는 과정의 설렘 등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이 사랑의 과정에 녹아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감정노동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배워 결국에는 독립개체가 되어 가는 과정은 부모에게 기쁨의 절정이면서 동시에 인내의 극단이다. 아무리 내 유전자를 지니고 내 속에서 나온 존재라고 해도 얼마나 많은 순간 부모는 울화통을 터뜨리는가? 

연인이든 아이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낭비될 감정도 없다. 갈등의 근원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내가 힘들 때 곁에 없거나 내가 혼자 있고 싶을 때 성가시게 구는 연인은 근본적으로 사랑스럽지만 귀찮은 아이와 비슷한 존재다. 연애와 육아는 사랑의 속삭임, 속상함, 속썩음, 속터짐 끝에 속후련함이 무한반복 된다. 각자의 ‘속’이 꺼내 보여지는 과정인 것이다.   

감정노동을 안하겠다면 연애와 육아를 택할 이유가 없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쁨과 행복의 이면에 무수한 수고와 좌절, 피로감과 슬픔이 존재한다. 업(up)이든 다운(down)이든 그 모든 감정을 누리겠다는 태도야말로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상처받지 않겠다는 고집이 아니라 빨리 아물고 딱지를 떨어내려는 마음가짐을 시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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