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믿음 저버린 주장 하주석의 연이은 일탈, 한화이글스에 악재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한화이글스 주장 하주석.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한화이글스 주장 하주석.

2023시즌을 향한 각 구단의 ‘스토브리그’는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각 구단의 새로운 시즌을 맞아 일제히 전력 보강에 나선 가운데, 여느 때와는 다른 빠른 결정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 FA 협상 과정을 보면, 밀당을 시작으로 별의별 방법이 다 동원되었지만, 이번 시즌 스토브리그는 말 그대로 속전속결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준척급이라 할 수 있는 NC 불펜 핵심 원종현이 키움으로의 이적을 알리면서 시작된 이번 FA 시장은 포수들의 이동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가장 먼저, LG의 유강남이 롯데 이적을 선택했고, 기아의 박동원은 LG의 품에 안겼다. 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NC 양의지는 친정 두산으로 복귀하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유격수 대전으로 평가받는 내야수 경쟁에서 NC 노진혁이 롯데로 이적을 택하면서 롯데는 유강남과 노진혁을 영입하면서 팀의 약점을 단번에 메우는 협상 역량을 발휘했다. 한편, 원종현에 노진혁, 양의지까지 내준 NC는 박민우와 역대 최장 계약(8년)을 맺으며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고 두산의 박세혁을 양의지의 대안으로 영입하면서 한시름 던 모습이었다.

아직, 시장에는 의외의 알짜로 평가를 받는 내야수 김상수, 오선진, 신본기가 남아 있고 한때 최대어로 평가받았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 키움의 투수 한현희가 영입을 기다리고 있다. 키움의 투수 정찬헌, NC의 투수 이재학, 외야수 이명기 등도 충분히 이적이 가능한 자원으로 보여지기에 당분간 ‘FA시장’은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화이글스는 최대어 양의지와 팀에 가장 필요한 자원으로 평가받은 채은성의 영입에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채은성 영입에 성공했다. 물론 양의지 영입에는 실패했으나 전력 보강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고 이런 맥락으로 SSG의 이태양을 복귀시키는 데 성공하며 투수진에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다. 내부 FA였던 장시환의 잔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한화이글스의 시선은 하주석이 이탈한 유격수와 채은성의 영입으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전력인 외야수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투수 보강에 쏠려 있다.

과연, 박찬혁 대표이사와 손혁 단장의 광폭 행보가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응원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수베로 감독과 팬의 믿음, 지지 버리고 주장의 책임 망각한 하주석 '선 넘은 일탈'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실질적으로는 3순위)로 화려하게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하주석. 그렇게 10년 차가 된 하주석은 한화이글스의 첫 외국인 감독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팀의 주장을 맡으며 젊은 나이에 후배들을 이끌게 되었다.

하주석은 베테랑이 즐비한 한화이글스에서 유망주이자 기대주인 ‘팀의 미래’로서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전략적으로 군 문제를 일찍 해결한 하주석은 꾸준하게 유격수로 기회를 받으며 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주석의 성장은 팀이나 팬의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호타준족에 강한 어깨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하주석이었지만 좋지 않은 선구안으로 인한 볼넷/삼진 비율의 불균형과 결정적 기회 무산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클러치 실책 등으로 팀을 구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이는 어쩌면 베테랑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면서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떠맡게 된 ‘리더’라는 자리가 주는 책임감의 무게가 그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주었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만약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뛰어넘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하주석은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2021시즌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첫 번째 시즌이었다. 하주석은 주장으로 선임되면서 후배들을 이끌게 되었고 유격수로서 수베로 감독 특유의 ‘극단적 수비 시스템’에 핵심 자원이 되었다. 워싱턴 타격코치를 만난 하주석은 ‘유망주이자 기대주’라는 알을 깨고 구단과 팬이 기대했던 선수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2022시즌 하주석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히려 공, 수에서 퇴보한 모습을 보이면서 구단과 팬의 실망을 살 수밖에 없는 결과물을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수베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하주석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후배들도 하주석을 믿고 따랐다.

2021시즌 하주석은 ‘한화이글스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야구가 잘 안 되는 본인의 모습에 자책하며 폭력적으로 개인감정을 드러내면서 수베로 감독에게 경고받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었다. 팀의 주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에 수베로 감독이 제재를 가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본 많은 팬은 승부욕에서 오는, 책임감에서 올 수 있는 개인적인 자책이 조금 강한 감정 표출로 이어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선배가 많지 않은 팀 상황에서 팀의 주장이 개인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베테랑 부재에 대한 우려를, 코칭스태프가 제재할 수 없는 영역까지 넘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우려는 결국 2022시즌에 터지고 말았다. 지난 6월 하주석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덕아웃에 들어가면서 헬멧을 던지는 더 폭력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물의를 빚게 되었다. 이때 하주석이 던진 헬멧에 클레멘츠 수석코치가 가격당하는 모습까지 있었으나 하주석의 행동은 ‘헬멧 투척’까지가 전부였다.

이로 인해, 하주석은 KBO로부터 출장정지 10경기, 제재금 300만원이 부과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렇게 복귀한 하주석은 모범적인 모습으로 나머지 경기를 소화하면서 시즌을 끝냈으나 결과물은 좋지 않았고 ‘습관적 일탈’이라는 굴레를 벗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 굴레를 벗기 위해서는 결국 ‘야구’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주석 본인도 알고 있기에 이번 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해서 마무리 훈련에 참여해 후배들과 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받는 그림까지 그려졌다.

여기에 손혁 신임 단장이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결과를 뒤로 하고 내년 시즌 대도약을 위해 ‘스토브리그’에서 팀의 체질 개선과 전력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서 팀에 필요한 전력을 영입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움직임은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팀에 큰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하주석은 이런 분위기의 구단 뿐 아니라 내년을 기다리는 수많은 팬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경기장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일탈 행위’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음주운전’을 저지르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팀의 주장이자 핵심 자원인 하주석의 ‘도덕적 해이’는 구단 뿐 아니라 많은 팬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주석은 결국 팀과 팬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큰 손해를 입힌 선수가 된 것이다.

더더군다나 내년 시즌 대도약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손혁 신임 단장에게 하주석의 ‘음주운전’ 소식은 그의 어깨를 처지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한화이글스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휑한 외야진에 비해 나름 내야진은 믿을 구석이 있었으나 이제는 내야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형국으로 돌변했다.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일컫는 NC 양의지는 친정인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화이글스에 안성맞춤인 LG 채은성 영입에 성공하면서 한시름 덜었다. 여기에 역시 친정인 한화이글스로 돌아온 SSG 이태양까지 영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기에 하주석의 이탈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대대적인 폭풍 영입과 함께 하주석이 빠진 유격수 자리도 영입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후보로 거론됐던 NC 노진혁은 롯데로 이적이 확정되었고, 삼성의 김상수, 오선진 등이 하주석의 대체 선수로 거론되고 있다. 과연, 유격수 보강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기존의 이도윤, 박정현에 마무리 훈련에서 신인으로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는 문현빈이나 이민준이 내부적으로 하주석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으나 냉정하게 경기 경험이나 그동안의 결과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수비에서의 ‘수베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펼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기에 반드시 ‘하주석의 대안’은 외부에서의 영입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도약은 어려운 미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하주석의 존재는 김태연, 정은원, 노시환 등으로 이어지는 젊은 내야진에 든든한 선배로서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주석은 없다’. 과연, ‘하주석의 대안’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김태연, 정은원, 노시환 등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하주석은 그동안 구단과 팬의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과 결과물을 보여줬지만, 어디까지나 한화이글스의 주장이고 내야의 핵심 자원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하주석의 이탈은 한화이글스의 전력에 큰 타격을 주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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