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답답해서 사과드립니다
사과를 받아줘서 고구맙습니다

언어유희는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고, 생각의 여유로움을 준다는 점에서 즐겁다. 
언어유희는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고, 생각의 여유로움을 준다는 점에서 즐겁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재개그는 늘 있어왔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중년 남성이 구사하는 썰렁한 유머의 상징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유희다. 말장난이라고는 해도, 또 면전에서는 썰렁하다고 타박을 받아도 돌아서면 피식 웃음을 짓게 하는 삶의 윤활유다. 

 생각과 언어의 관계는 매우 깊다. 동전의 표면이 언어라면 이면은 생각이다. 언어라는 형식이 사고의 내용과 깊이를 좌우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대화(구어)를 자주하고 책(문어)을 많이 읽게 하는 이유도 사고력이 언어 사용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언어유희는 아재들의 재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한다. 언어와 사물, 개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관찰력도 키워준다. 동음이의어와 유의어, 반대어를 알게 되고 재치를 기를 수 있다. 

 시를 쓸 수도 있고, 광고 카피가 나오기도 한다. 이미 조선시대에도 봉산탈춤을 추며 말뚝이는 파자놀이를 통해 양반을 조롱하거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외국어로도 가능하다. 서양의 시에서 핵심인 각운도 똑같은 매커니즘이다. Fall leaves fallen leaves(가을은 낙엽을 두고 떠난다) 라든가 Realize real lies lie on life (진짜 거짓말은 삶 위에 있음을 깨닫다) 따위의 문장도 만들 수 있다. 

 당근은 이미 긍정의 대명사가 되었고 감 잡았다, 사과 드립니다, 감자합니다, 고구맙습니다, 포기는 김장할 때만 등등 먹을 것을 이용한 말장난도 재미있다. 일상을 다르게 보는 능력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자신만의 재치와 웃음을 추구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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