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대전시민의 대표자가 해야 할 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방문한 대전시의원들이 소방 관계자로부터 사고 경위를 듣고 있다. 대전시의회 제공.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방문한 대전시의원들이 소방 관계자로부터 사고 경위를 듣고 있다. 대전시의회 제공.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망자는 모두 지하에서 일하는 하청업체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깜깜한 지하에서 무고한 생명이 스러지는 동안, 지상과 상공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대전시의원들은 9대 의회 개원 후 처음 열린 정례회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시민사회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른 질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한 발언, 집행부 거수기 논란, 비민주적인 회의 운영 방식 등을 언급하며 부정 평가를 내렸다. 

이들의 수장은 또 어땠나. 참사가 일어나는 동안 의장은 시민 세금 2300여 만 원을 들여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상공을 날아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조례안 심사와 추경예산 심의 등 중요한 일정이 포함된 회기 중이라는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강행된 일정이었다.

화재 이튿날 아침 현장을 방문한 일부 의원의 태도는 철부지 수준이다. “왜 이제 오느냐”, “관광하러 왔느냐”는 유족과 언론의 질책에 언짢은 심기를 내비치며 회의 도중 애꿎은 사무처 직원을 향해 “우리가 왜 그런 이야길 들어야 하느냐”,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다”는 화풀이를 하는 장면이 그대로 시민들에게 생중계됐다.

유족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조례 정비 등 제도적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하고 이행해야 할 시민의 대표자라기엔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들의 진성성이 의심받는 이유는 스스로 자초한 정치 불신에 있다. 참사 직후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은 매번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억울한 산재 피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폐지하거나 약화하려는 정부 여당의 움직임이 여전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정치의 시간, 희생자는 말이 없다

사망자 7명 중 6명은 대전시에 주소를 둔 시민이었다. 목숨을 잃은 7명 중 3명은 청소 노동자로 지하에 있던 화물용 승강기 안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이들의 휴게실은 지하주차장에 있어 연기와 유독가스에 극히 취약했다. 

물품 하역장이 위치한 지하에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물건들이 다수 적치돼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 휴게시설을 화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떨어뜨려놓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참사 후 급히 귀국해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또 현대아울렛 측에 책임 있는 자세와 보상을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시의회와 협력해 ‘지하 휴게실·사무실 설치 금지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여야 정치권에도 국회 차원의 입법 요청을 하고, 현재 대전시청 내에 위치한 노동자 휴게실도 빠른 시일 내 지상으로 옮길 것을 공언했다.

하지만, 성실한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고,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퍼지는 와중에도 지방의회는 여전히 좌충우돌이다. 개원 후 처음 열린 인사청문회는 깜깜이로 준비되면서 시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제주도 의원 연수 일정은 참사 이후에나 떠밀리듯 취소했다. 

억울한 희생자들은 말이 없다.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 이제 정치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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