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 ㉒] 논산 강경읍 미내(渼奈)다리

충남 논산 강경읍에서 채운면 야화리 사포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세 개의 아치가 있는 돌다리가 나오는데,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이 돌다리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옛날에는 다리가 없어 이 곳 마을 사람들은 강을 건너러면 배를 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아 다리를 놓기로 했죠. 

마을 사람들이 모은 돈으로 두 청년이 다리 공사를 맡았는데, 공사가 끝나고 보니 돈이 남았습니다.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에는 적고,두 청년이 나눠 가지려 해도 공금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청년은 다리가 부서지면 보수하기로 하고 아무도 모르게 다리 근처에 남은 돈을 묻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를 놓았던 두 청년 중 한 명이 갑자기 큰 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걱정된 다른 청년이 다리 밑에 묻어둔 돈을 써서라도 친구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해 묻어둔 곳을 파보았죠. 하지만 돈은 없었습니다. 

이미 병든 청년이 몰래 써버린 거였죠. 청년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됐고 어느 날 저녁 큰 구렁이로 변해버렸습니다. 돈을 훔친 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구렁이로 변한 청년은 자신이 만든 다리 밑으로 기어 들어갔고, 비가 오는 날이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또 다른 얘기로는 하늘에서 구렁이를 나쁜 용으로 만들어 하늘로 오르게 했다가 다시 땅에 떨어져 죽게 했다고도 합니다.  

강경 미내다리.
강경 미내다리.

행정 구역상 논산시 채운면이지만 '강경 미내(渼奈)다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영조 7년 (1731년) 강경 사람인 송만운이 주도해 만들었고, 당시 충청도와 전라도를 잇는 삼남에서 가장 큰 다리라는 영화를 누렸다. 정교한 솜씨와 빼어난 건축미로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됐다. 

미내다리에 얽힌 이야기는 위와 같은 권선징악도 있지만,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날 자기 나이만큼 미내 다리를 왔다 갔다 하면 그 해의 액운을 막아주고, 추석에는 7번 왕래하면 행운이 온다는 설도 있다. 

논산 사람들은 죽어서 저승에 갈 때, 염라대왕이 "관촉사의 은진미륵과 개태사의 솥, 그리고 미내다리를 보았느냐"고 물어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다리다.

지금은 푸른 초원과 돌다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일명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는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경근대문화역사거리. 자료사진
강경근대문화역사거리. 자료사진

강경은 한 때 대구 ·평양과 함께 조선의 3대 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영화를 누린 곳이다. 특히 구한말 1900년대 부터 크게 번성, 전성기 인구가 3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지금도 옛날 건물들이 많이 보존돼 있어, 강경근대문화역사거리를 걸으면 꼭 타임리프(Timeleap)를 한 듯한 기분이다.

미내다리와 근대문화역사거리 외에도 '노을 맛집'으로 이름난 옥녀봉, 박범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금문학관' 등 강경은 갈 만한 곳이 많다. 작지만 소리 없이 강한 동네다. 가을철 낭만 여행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역사 여행 등 어떤 컨셉으로도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며 여행하기 좋다. 

특히 대표 특산물인 젓갈 축제가 매년 가을 열리고 있다. 올해는 3년 만에 대면으로 축제가 열려 기대가 크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강경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먹거리도 젓갈 백반을 비롯해 복국, 해물칼국수, 소바 등 이름난 식당들이 많다. 올가을 강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눈코입이 모두 즐거울 것이다. 

소금문학관 내부 모습.
소금문학관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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