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라미레즈, 페냐 부상으로 낙마, 아쉬움이 남는 터크먼의 활약

한화이글스 외국인 3인방의 운명은 어떨게 될까. 왼쪽부터 터크먼, 라미레즈, 페냐.
한화이글스 외국인 3인방의 운명은 어떨게 될까. 왼쪽부터 터크먼, 라미레즈, 페냐.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2022시즌이 이제 ‘잔여 경기 체제’로 돌입했다. 하지만 아직도 순위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부터 1위로 우승하는 것)’ 달성을 위해 광폭 행보를 벌였던 SSG가 시즌 막판 LG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SSG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과연, LG가 정규 시즌 우승 도전을 위해 잔여 경기 체제에서 끝까지 총력전을 벌일지 아니면 2위에 만족하면서 최종 우승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할지 주목이 되고 있다. 두 팀 간의 간격은 3.5경기.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3위 키움은 3위 사수를 위해 나머지 경기에서 총력전을 벌일 것이고 4위 KT도 시즌 마지막까지 3위 탈환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팀 간의 간격은 2경기에 불과하다.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싸움의 결과는 마지막까지 가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5위 기아가 6위 NC에 한때 0.5경기까지 쫓겼으나, 주말 연승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0.5경기 차이까지 압박을 가하던 NC는 주말에 연패에 빠지면서 다시 2.5경기 차이로 벌어지고 말았다. NC와 함께 5위 대추격에 나섰던 7위 롯데도 2연패에 빠지면서 기아에 3.5경기로 벌어졌다.

기아, NC, 롯데, 삼성, 네 팀 모두에게 5위의 기회는 있는 상황이기에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최하위를 확정한 한화이글스는 지난 시즌보다 나은 50승을 향해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고 있지만 주간 한때 4연패에 빠지면서 50승 달성은 어렵게 됐다. 8경기가 남은 현재 한화이글스는 44승을 수확했기 때문이다.

라미레즈, 페냐, 터크먼의 한화이글스 외국인 3인방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한화이글스는 2022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의 계약에 신중을 기했다. 수베로 체제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었기에 더 성장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두 명의 투수와 재계약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의 영입이었다. 2021시즌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던 킹험과 카펜터와의 재계약은 분명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고, 빈약한 타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했던 메이저리그 출신 힐리의 이른 방출 그리고 대체 외국인 타자 페레즈는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팀에 남을 수 없었다.

빈약한 타선과 휑한 외야를 책임질 적임자로 지목된 선수는 마이크 터크먼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터크먼은 한화이글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선수로 선택되면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의 최대 계약 금액인 100만 달러를 채울 수 있었다.

전체적인 전력이 다른 팀에 비해 안정적이지 않았던 한화이글스에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과 활약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막 후, 두 외국인 투수가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킹험과 카펜터는 재활에 들어갔고 한화이글스는 두 선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기다리던 팀은 어느새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빠르게 대체 자원을 선택하기에도 애매한 시기였고 두 선수의 부상 상황도 충분히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을 했기에 빠른 교체를 선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과 더 예상치 못한 시간이 흐르면서 팀은 최하위에 처졌고 시즌 초반부터 중반까지 외국인 투수 없이 국내 선발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영입된 대체 외국인 투수 라미레즈와 페냐는 한화이글스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안정을 찾았고 팀도 분위기 반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라미레즈는 한국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팀의 에이스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내년 시즌 재계약에 대한 섣부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의 대활약이었다. 하지만, 특정팀에 약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자신의 좋았던 페이스를 급격하게 잃고 말았다.

국내 무대 데뷔 7경기에서 라미레즈는 1승 1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1.41과 퀄리티피칭 5회를 기록하면서 한화이글스가 기다리던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덟 번째 경기였던 LG와의 승부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결국 그 경기 이후 내리 5연패를 당했고 9월 16일 어깨 염증으로 시즌아웃 되고 말았다. LG와 만난 세 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7.30을 기록한 것이 라미레즈에게는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시즌 성적은 13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4.13이었다.

라미레즈에 비해 페냐의 한국 무대 적응은 쉽지 않았다. 탈삼진을 빼앗는 능력으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한국 무대 적응에 애를 먹던 페냐는 라미레즈가 내리막을 타는 시점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하기 시작했다.

데뷔 7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했던 페냐는 그 이후 4승 1패(평균자책점 1.88)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라미레즈를 대신해 에이스 역할을 가져갔다.

67⅔이닝을 소화하면서 기록한 72개의 탈삼진만 봐도 얼마나 위력적인 공을 던졌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페냐에게 운은 따르지 않았다. 9월 20일 롯데전에서 안치홍의 강습 타구에 얼굴을 강타당하면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지만, 코뼈가 골절되면서 더 이상 마운드에서 페냐를 만날 수 없게 됐다. 결국 페냐는 13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3.72의 기록을 남긴 채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2022시즌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네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것이다. 부상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한화이글스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한화이글스는 라미레즈와 페냐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라미레즈의 초반 대활약은 분명 고무적이었고 페냐의 최근 페이스도 팀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고 그들의 모습은 더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라미레즈의 부상 부위가 어깨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고 페냐의 부상은 경기력과 큰 관계는 없으나 페냐의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또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 시즌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을 선택했던 한화이글스. 새 시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활약을 펼쳐줄 외국인 투수가 필요하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로 영입한 마이크 터크먼. 한화이글스는 터크먼에게 빈약한 타선을 채우고 휑하디휑한 외야를 맡아달라는 의미로 최대 금액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터크먼은 훌륭한 외국인 타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화이글스가 바라던 유형의 타자는 아니었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이고 전투적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격에서의 집중력과 팀에서 바랬던 장타는 시즌 내내 터지지 않으면서 팀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팀이 소화한 136경기 모두에 출장하면서 159안타(전체 6위), 타율 0.291(전체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2루타도 34개(전체 4위)를 칠 정도로 중거리포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12개의 홈런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기록이었다. 그중 4개는 9월에 터졌고 9월 타율은 3할을 훌쩍 넘기고 있다. 너무 늦게 터졌다는 이야기다.

159개의 안타 중 34개의 2루타, 4개의 3루타, 12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타점은 41개(공동 56위)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득점권 타율이 0.228(전체 44위, 규정타석 4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2개의 홈런 중 7개가 1점 홈런이고 5개가 2점 홈런이었다. 즉, 3점 이상의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는 의미다. 홈런도 적지만 그나마 친 홈런의 순도도 상당히 떨어진 것이다. 만루에서는 10타수 1안타 3타점에 그쳤다. 타자 터크먼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이다.

터크먼은 분명 올 시즌 한화이글스 타자 중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경기장에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훌륭하고 선수들과의 관계성도 좋다. 한화이글스가 터크먼과의 재계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일 것이다. 과연, 터크먼이 올 시즌에 드러난 본인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할 수 있을지에 판단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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