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꽃길만 걸어요
라는 말 대신

더러 꽃 깔린 길
간혹 꽃 바랜 길 
더는 꽃 없는 길
덧없이 꽃 진 길

어떤 길 걷게 되어도
응원해,로 정정한다

꽃길이 있으면 가시밭길도 있고,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것이 우리 삶이다. 
꽃길이 있으면 가시밭길도 있고,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것이 우리 삶이다. 

언제부터인가 ‘꽃길을 걷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가시밭길이 고난의 상징이라면 꽃길은 행복을 의미한다. 실제로 벚꽃이 카페트처럼 깔린 길을 걸으면 황홀하다. 요새 막 피기 시작하는 코스모스를 따라 걷는 길도 상쾌하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표현도 자주 쓰면 진부해지는 것일까? 꽃길만 걸으라는 축복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축복하는 이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들 인생에는 온갖 종류의 길이 있다. 꽃길만 걷는 인생은 단연코 없다. 피었으면 지고 떨어졌으면 사라지는 것이 꽃의 운명이다. 사람의 길을 꽃에 비유하자면 꽃 핀 길, 꽃 진 길, 꽃 없는 길, 모두가 삶의 길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축복과 응원의 말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꽃길 걸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친구보다 어떤 길이든 같이 걸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일 것이다. 빛에서만 보이는 관계는 가식이요, 기회주의일 수 있다. 그늘에서도 만나게 되는 관계가 참이다. 네가 어떤 길을 걸어도 응원한다는 말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축복과 위로, 응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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