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최상위급 지명받은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이 한화의 미래 결정

한화이글스는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11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관우, 박재규, 이민준, 김해찬. 모두 한화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는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11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관우, 박재규, 이민준, 김해찬. 모두 한화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다. 한화이글스 제공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의 유명한 야구 선수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요기 베라’의 말이다.

2022시즌 우승의 향방과 최종 순위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팀당 최소 10경기(키움)에서 최대 18경기(LG)까지 남겨 놓은 상황에서 최종 순위는 안갯속이다.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유력했지만, 이제는 LG의 대추격으로 우승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과연 LG의 대반격을 SSG가 막아낼 수 있을지 시즌 막판까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의 간격은 3.5경기(지난주 한때 2.5경기였음).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주며 3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KT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키움에게 다시 3위 자리를 내줬다. 3위 자리를 다시 차지한 키움은 KT와의 추격을 이겨내고 3위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선두 경쟁과 더불어 마지막까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두 팀의 간격은 불과 2경기.

가을야구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5위 기아는 지난주 7연패를 당하면서 6위 NC의 추격을 허용했다. 두 팀의 간격은 불과 1.5경기. 특히, 시즌 내내 상대 전적에서 압도했던 최하위 한화에게 2연패를 당한 것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과연 NC가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지 이 또한 시즌 막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한화이글스는 시즌 막판 상위권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마구 뿌려대고 있다. 지난주 한때 3연승을 달리며 지난 시즌보다 나은 승수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30경기를 치른 현재, 한화이글스는 43승 85패 2무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49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남은 14경기에서 7승을 거둬야 한다. 5할 승률 이상으로 50승 이상을 거둔다면 나름 의미있는 시즌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이글스에는 ‘슈퍼 에이스’가 있었고 현재의 이글스에는 ‘에이스’도 없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중요도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격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투수가 강한 팀은 이기지도 못해도 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투수력이 좋으면 강팀으로 군림할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투수력은 타격에 비해서 변수가 적으며 수비와 주루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도 있다.
한화이글스는 전통적으로 투수력이 좋은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가 좋은 성적을 거둘 때는 말 그대로 리그를 지배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슈퍼 에이스’가 있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리그를 호령할 때 한화이글스의 전신 빙그레이글스에는 이상군과 한희민이라는 쌍두마차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한용덕과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이 있었고 1999년 첫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을 할 때는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이 있었다. 2006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을 때는 후일 메이저리거로 성장하는 류현진과 문동환 그리고 구대성이 있었다.

하지만, 한용덕,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문동환 등의 전설들이 은퇴하고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류현진만이 외롭게 이글스의 마운드를 지켰다. 류현진마저 메이저리그로 떠난 이후에는 이글스의 마운드를 지키는 에이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한화이글스는 그저 그런 만년 하위 팀이 되고 말았다.

많은 유망주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장하지 못했고 팀은 그들을 성장시키지 못했다. 스카우트의 문제일 수도 티칭의 문제일 수도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다.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면서 더 이상 리그를 호령하는 ‘슈퍼 에이스’는커녕 팀을 지탱하는 ‘에이스’조차 발굴하지 못하면서 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8년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불펜의 힘’과 외국인 타자 호잉의 대활약 그리고 ‘우주의 기운’이 모였다고 할 정도의 승리 운이 따르면서 이루어진 것이지 ‘에이스’의 힘은 결코 아니었다.

지난 시즌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한 김민우는 올 시즌 다시 도약에 실패하면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불펜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범수, 강재민, 박상원 등은 아직 리그를 호령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2018년 이후 최상위급 지명받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한화이글스의 미래 결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팀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프로야구의 기둥이 되었다. 이정후, 강백호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한화이글스에도 2018시즌 이후 전략적으로 미래를 위한 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선수들의 육성과 성장은 현장에 맡기고 프런트는 철저하게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5일(목) 2023 신인 드래프트가 거행됐다. 한화이글스는 전면 드래프트로 전환된 첫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작년부터 초특급 신인으로 각광 받던 덕수고의 심준석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그와 쌍벽을 이루고 오히려 올 시즌 보여준 퍼포먼스는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 청소년대표 에이스 서울고 김서현을 선택했다. 150km/h 중반까지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이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최대어를 얻게 된 것이다.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이글스는 1차 지명으로 북일고 투수 성시헌을, 2차 1라운드 야탑고 투수 이승관, 2라운드 광주일고 투수 박주홍을 선발했다. 2019 신인 선발에서는 야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변우혁, 노시환, 유로결). 2020 신인 선발에서는 북일고 투수 신지후, 2차 1라운드 부산정보고 투수 남지민, 2라운드 투수 부산고 한승주를 선택했다. 2021 신인 선발에서는 2차 1라운드에 유신고 투수 김기중, 2022 신인 선발에서는 1차 지명을 전국 지명으로 광주진흥고 투수 문동주, 2차 1라운드에서 세광고 박준영을 선발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지만 매년 신인 선발에서 투수 유망주를 선택했고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신인들도 전국 레벨이 있고 전국 레벨을 뛰어넘어 ‘슈퍼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바로, 올 시즌 선발한 문동주와 지난 15일 선택한 김서현이 ‘슈퍼 에이스’급에 해당되는 선수들이다. 2년 연속 너무 좋은 재목을 선발하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성시헌, 이승관, 박주홍, 신지후,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 문동주, 박준영, 김서현까지 10명은 한화이글스가 최근 6번의 신인 선발에서 최상위 순번으로 선택한 투수 유망주들이다. 이 선수들이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짊어질 ‘영건’들이고 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한화이글스의 미래 마운드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시헌은 한 시즌 후 바로 팀을 떠났고 신지후는 1군에서 2경기만을 소화했을 뿐이다. 올 시즌 선발진에 합류해 로테이션을 소화한 남지민을 제외하곤 이승관, 박주홍, 한승주, 김기중은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기대와는 달리 뚜렷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슈퍼 루키’ 문동주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부상으로 재활의 시간을, 박준영은 프로 적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선수들이 분명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선두주자인 남지민은 올 시즌 22경기(선발 20경기) 2승 11패, 평균자책점 6.37을 기록했다. 부상에서 회복해 89이닝을 소화하면서 이번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승보다 패가 많았고 평균자책점도 6점대를 기록했지만 남지민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승주는 4월에 5경기(선발 1경기)의 기회를 얻었으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다만, 퓨처스에서 선발로 꾸준하게 기용되면서 4승 3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퓨처스 우승을 이끌었다. 남은 기간 남지민이 빠진 선발 로테이션에 기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시즌 고졸 신인으로 15경기에 등판해 2승 4패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좌완 김기중은 올 시즌에는 2경기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퓨처스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면서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한 담금질을 계속했고 지난 17일(토) LG와의 경기에서 깜짝 선발로 나와 4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만족할만한 피칭을 선보였다. 김기중은 우완 일색인 틈바구니에서 좌완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 루키’ 문동주는 1군에서 10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8.56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후, 퓨처스에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박준영 역시 1군에서 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퓨처스에서는 4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하면서 프로 적응을 끝낸 모습을 보여줬다. 두 선수 모두 남은 시간 1군에서 마지막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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