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시의원 11명 ‘출산장려 개정조례안’ 공동발의 후 ‘돌연 부결’
민주당 시당 “누군가의 아바타, 거수기 전락” 맹비난
국힘 22석 중 18석 독식에, 시장 보좌관 출신 시의장까지
8대 의회부터 견제·감시 기능 약화...특정 정당 독식 ‘구조적 문제’

제9대 대전시의회 개원식 모습. 자료사진.
제9대 대전시의회 개원식 모습. 자료사진.

[김재중 기자] 대전시의회가 ‘거수기 논란’에 이어 '아바타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전체 22석 중 18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시의회 본연의 집행부 견제·감시 역할은 소홀하고 시장의 주요 정책을 뒷받침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6일 대전시의회 소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국민의힘이 명분을 내팽개치고 힘의 정치로 시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누군가의 ‘아바타’가 돼 스스로 거수기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아바타 논란’에 불을 붙인 이유는 지난 15일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 벌어진 ‘‘대전광역시 출산장려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부결 때문이다.

김민숙 시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4명 시의원에 국민의힘 소속 11명 시의원까지 참여해 총 15명이 공동발의한 이 조례안이 석연치 않은 이유와 절차적 정당성 없이 부결됐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 일부개정조례안은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출산장려를 저출생 극복’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 용어를 변경하겠다는 의도인데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저출생이란 용어가 2030의 남성들에게 민감한 단어로 인식되고 있다거나 상위법과 맞지 않는 표현 이라는 이유로 돌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는 것이 민주당 측 설명이다.

조례안 개정에 무려 11명이나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뒤, 돌연 반대입장으로 돌변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누군가의 ‘아바타’가 돼 스스로 거수기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조례안 부결의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회의장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도,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한 뒤 위원장실에서 간담회를 통해 표결 뒤 부결을 선언한 것은 지방자치법과 시의회 회의규칙 등을 모두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되고 오로지 다수당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저급한 정치행태가 등장하는 것은 대전시민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전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전시민께 사과하고 명분 없는 힘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대전시의회의 견제·감시 기능 약화는 지난 8대 의회 때부터 제기돼 온 내용이다. 시장과 같은 정당의 시의원들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8대 의회는 민주당이 22개 의석 중 21석을 차지할 정도로 민주당 일색이었다. 

9대 의회는 국민의힘이 18석을 차지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다수당을 넘어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역임했던 초선 시의원이 시의회 의장을 맡거나, 시장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대거 시의회에 입성하면서 시의회 견제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더 증폭됐다. 

실제로 이장우 대전시장의 지역화폐 온통대전 축소·폐지방침, 주민참여예산 축소와 각종 위원회 등 민관거버넌스 축소 결정 등으로 찬반논란이 불 붙을 때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시장의 정치적 호위무사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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