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마흔한번째 이야기] 흥행 참패 ‘벼랑 끝 정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에서 6관왕에 올랐다. 외신은 극찬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 원이 쌓이고, 최후의 1인이 상금을 모두 가져가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극 중 게임 주최자는 참가자들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약자들은 빨리 떨어뜨려 강자들만 살아남게 한다. 그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현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K드라마에 ‘오징어 게임’이 있다면, K정치에는 ‘여의도 게임’이 있다. 참가자는 여야 국회의원 300명. 이 게임에 최후의 승자는 없다. 패자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재미도 없고, 신뢰도는 바닥이다. 시청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다. 4년 내내 싸우다 만다. 대신 게임머니(세비)는 꼬박꼬박 챙긴다. 

TV는 보기 싫으면 끄면 그만이지만, 이건 끌 수도 없다. 4년마다 ‘시즌제’가 되풀이된다. 게임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는 참가자들의 싸움은 회를 거듭할수록 격해진다. 국민들은 이 게임에 무관심을 넘어 혐오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흥행 참패 '벼랑 끝 정치'를 보고 있다.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을 기억하는가. 남아공은 한때 극심한 인종 차별을 겪었다. 인종 차별에 저항하던 만델라는 2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나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인종 차별 문제해결을 위해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구성했다. 

‘응징’이 아닌 ‘관용의 정치’로 사회 통합을 시도했다. ‘전 정부를 봐주면 안 된다’라는 내부 반발이 심했지만, 그는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만델라는 오랜 분열을 겪었던 사회 통합과 국민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여의도와 용산을 보노라면 ‘대선 연장전’ 승부를 보는 듯싶다. 여·야·정 모두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한발이라도 밀리면 죽는다는 각오로 결사 항전하겠다는 태세다. 

0.7%포인트 차이 대선 결과는 극단적 분열을 심화하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진보층은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를 어떻게 참고 견디냐며 짜증도 내고 한숨도 쉰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윤 대통령의 임기만 지나면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는 게임이 끝날 것 같나. 

5년 뒤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가정해 보자. 보수층이라고 다를까.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할수록 K정치는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말 것이다. 국민들은 희망이 사라진 나라에서 누굴 믿고 살까. 유치찬란하고 무식하며, 살벌한 게임을 이제 그만 볼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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