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마흔번째 이야기] 무너진 신뢰와 법치, 국민 마음은 닳고 닳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추석 명절 인사 영상 갈무리.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추석 명절 인사 영상 갈무리. 대통령실 제공.

올해 추석은 정치·사회적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인다. 물가는 치솟고, 먹고 살기는 점점 어려우니 명절이라고 마냥 반가울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그렇고, 민생 경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 바닥만 보인다. 국민이 정치나 사회 이슈에 거리를 두려는 이유일 것이다. 더 걱정은 정치권력을 바라보는 ‘불신’에 있다.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지만, 정반대 현실 앞에 국민의 속만 마르고 닳고 있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신뢰’가 자본이고, 밑천이다. 그런데 자본은 자꾸 잠식하고, 밑천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인사 실패, 이준석의 버티기와 누가 봐도 비정상인 비대위,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IN>이 최근 발표한 신뢰도 조사 결과는 현 상황을 지표로 보여준다. 윤 대통령의 신뢰도는 10점 만점 중 3.62점. 역대 최저치다. 이전까지는 2016년 8월 말 박근혜 대통령(3.91점)이었다. 당시는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였으니, 탄핵 직전 대통령보다 신뢰도가 낮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자 대선 기간 ‘뿌리론’을 내세웠던 충청권 신뢰도는 3.6점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 신뢰도 하락의 기저에는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 공적 사고방식)’ 부재가 깔려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국정을 주무르더니, 이제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이 신(新) 권부로 등장했다. 검찰이 ‘정치 구도’의 복판으로 들어온 셈. 

검찰 권력의 정치 개입은 곧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정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서 우려스럽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편 가르기식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라, 명절 연휴 직전 야당 대표를 기소한 행태를. 대선에서 진 후보를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기소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그래 놓고 윤 대통령은 “명절만큼은 일상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함께하길 바란다”는 추석 메시지를 내놨다. 

한기대 총장을 지낸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는 저서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에서 전체주의 출현을 경계하며 이렇게 썼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대방을 적대시하며,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되풀이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상황에서는 오래 확립되어왔던 법 제도나 규범도 지켜지지 않아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된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다. ‘좋은 정치’도 ‘나쁜 정치’도 바라지 않는다. 정치 얘기하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싸우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해달라고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빌어야겠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