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인고의 세월 보낸 불굴의 거포 김인환

한화이글스 김인환. 늦깎이 최고령 신인왕 후보다.
한화이글스 김인환. 늦깎이 최고령 신인왕 후보다.

과연, 대이변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인가! 바로 40주년을 맞이한 한국프로야구 2022시즌의 순위 경쟁 이야기다.

시즌 개막부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119경기를 1위를 달리고 있는 SSG랜더스. 144경기가 끝날 때까지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주 SSG랜더스의 ‘역사적 그날’에 제동을 걸 수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바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LG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LG는 7연승을 내달리면서 SSG를 4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반면, SSG는 최근 10경기에서 4승 6패에 그치면서 LG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직,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최소 6경기 이상의 차이를 보였던 1-2위 간의 차이가 30경기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4경기까지 좁혀졌기 때문에 LG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태풍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경기 소화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태풍의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3위 자리를 KT에 내줬던 키움은 5연승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쓸어 담으면서 다시 3위 자리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상승세의 KT는 키움의 벽에 막히며 다시 4위로 내려앉았다.

기아는 여전히 5할 승률을 기막히게 유지하면서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기아를 추격하던 상승세의 롯데와 NC가 최근 10경기에서 4승과 3승으로 주춤하면서 점점 가을야구 가능성이 작아진 상황이다.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적인 한화는 다시 5연패의 위기에 빠졌지만, 주말 NC전을 오랜만에 연승으로 장식하면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기아의 양현종, 키움의 안우진, 요키시, NC의 구창모 등 각 팀의 에이스를 만나는 일정에서 결국 구창모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4일(일) 경기에서는 토종 에이스 김민우가 데뷔 첫 완투승(1실점)을 기록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부진했던 자신의 올 시즌 남은 등판에,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말 2연전의 승리는 투, 타 밸런스가 강팀 못지않게 잘 맞으면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 중심에서는 NC 타선을 잘 막아낸 투수진과 4번 타자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중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때려낸,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하는 김인환의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되었다.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하는 한화이글스 ‘히트 상품’, 불굴의 거포 김인환

2022시즌 한화이글스의 ‘히트 상품’은 누가 뭐래도 김인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화이글스의 ‘히트 상품’을 넘어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할 정도로 김인환의 활약은 임팩트가 큰 상황이다.

김인환은 지난 2016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육성선수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화순고를 졸업할 당시 프로야구 입성에 실패한 김인환은 대학으로 진학해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렇게 맞이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성균관대 김인환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다시 프로야구 입성에 실패한 것이다.

김인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정식 입단에는 실패했지만 한화이글스에 테스트를 거쳐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인환은 퓨처스에서 정식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의 노력을 기울였고 2018년 정식 선수가 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4경기, 2019년 18경기에 출장하면서 본인의 존재를 알렸던 김인환은 퓨처스에서는 나름 기량을 인정받아 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했고 어쩔 수 없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해야 했다.

그렇게 군 공백기를 지나, 지난 시즌 팀에 복귀한 김인환은 다시 육성선수가 되었다. 육성선수 출신에 군 공백기를 생각하면, 1군 복귀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동안 많은 후배가 드래프트를 통해서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고 팀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면서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인환은 묵묵히 훈련에 임했고 퓨처스 경기에 나서면서 만약에 대비하면서 야구와 늘 함께 있었다.

2022시즌을 준비하면서 김인환의 신분은 변함없는 육성선수였다. 역시나 1군 복귀는 요원했다. 군 복무 전에는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 등의 베테랑 선배들의 그늘이 컸다. 하지만 복귀 후에는, 지난 시즌 삼성에서 트레이드된 이성곤에, 상무에서 복귀한 유망주 변우혁 그리고 고졸 유망주 정민규 등이 김인환의 주 포지션인 1루 경쟁자들이 되었다. 하지만 육성선수 출신인 김인환의 존재 가치와 관심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2022시즌이 시작되고 1군에서의 기회는 당연히 경쟁자들의 몫이었다. 지난 시즌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킨 이성곤과 상무에서 복귀한 1차 지명 유망주 변우혁 그리고 전국 1차 지명을 통해 입단한 정민규가 차례로 수베로의 부름을 받고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에 수베로 감독의 지명타자를 활용한 내야 로테이션으로 노시환, 박정현 등도 1루수 글러브를 끼게 되었고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김인환은 퓨처스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1군에서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사이 김인환은 5월 1일 정식 선수로 전환되었고 이내 1군에 등록되면서 5월 4일 SSG전에서 이태양을 상대로 자신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김인환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김인환은 부침이 있었지만,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본인의 몫을 해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김인환은 한화이글스의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후배이자 지난 시즌 18개의 홈런을 친 거포 노시환을 밀어내고 팀의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김인환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인환은 올 시즌 90경기에 출장해 92안타 15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율 0.279를 쳐내고 있다. OPS도 0.777일 정도로 수준급의 타격 수치를 선보이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0.223로 쳐진다는 게 아쉽다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김인환은 풀타임을 처음 경험하는 ‘신인 자격’을 가진 풋내기에 불과하다.

현재, 김인환의 가치는 ‘신인왕 도전’이라는 레이스를 주도할 정도로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그 어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치 상승’이다. 김인환의 올 시즌 연봉은 신인 최저 연봉보다 불과 200만원 많은 3,200만원에 불과하다.

늦깎이 김인환은 2016년 입단, 2018년 정식 선수 전환 그리고 적은 출전 경기로 인해 ‘신인왕 도전’이 가능한 자격(?)을 갖춘 선수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어느덧 김인환에게 ‘최고령 신인왕 도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수 있었다.

아직 ‘신인왕 수상’은 결정된 것이 없다. 신인왕 경쟁자들도 충분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신인왕’ 수상을 넘어서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하는 김인환의 도전 자체가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만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부상 없이 지금처럼 꾸준한 활약으로 2006년 류현진 이후 끊긴 한화이글스의 신인왕 계보를 이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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