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사과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먹기 미안할 정도의 탐스러움이었다. 문득 사과를 보면 아픈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어린이집을 운영할 초보 시절, 그 당시에 원아모집이 어려워서 원장님들 간의 보이지 않는 원아모집 경쟁구도에 휘말리게 되었다. 원아가 넘쳐서 장애원아를 소개해 주었는데 원아모집이 어렵다고 학부모에게 ‘그 원장님이 장애원아를 힘들게 보고 있다’고 소문을 냈다. 장애원아의 동생이 있었고, 그 원장님 원에 입소를 시킬 계획이었다. 그 소문을 들은 학부모가 원에 찾아와서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다. 학부모가 있는 자리에서 삼자대면을 해서 오해는 풀게 해 달라고 하자, ‘학부모 앞에서 무슨 삼자대면이냐, 무식하게!’ 그런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나자, 그 원장님이 홈플러스에서 파는 사과 두 봉지를 사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원장님 그 때 미안했어요. 사과하려고 사과 사왔어요.’ 그 이후로 원장의 자질과 의심되는 인격, 이기심 등 그 분노를 삭히는데 시간이 필요했었다. 지금도 그 원장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워낙 수단이 좋아서 다른 기관의 원장으로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것이 ‘사과’에 대한 아픈 기억이다. 

상담현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내담자를 만난다. 내담자를 만나는 시간이 너무나 귀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요즘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경은아, 네가 이렇게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거니?’ 그동안의 나의 삶은 100%를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서 결과는 50%이 되는 삶을 살았다. 100을 얻으려면 200을 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기운이 빠지는 말이다. 그러나 나에겐 100을 얻을 만큼의 욕심도 욕구도 없었다. 다만 주어진 하루가 감사해서 알차게 살았을 뿐이다. 즉 그 어떤 것도 기대하거나 내 것이 아니면 바란 적도 없고, 억울한 환경에서도 처음에는 울분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빨리 수용해버린다. 어쩌면 수용보다는 포기에 가깝다.

‘경은아, 네가 이렇게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거니?’ 이 질문에서 ‘당신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로 바꿔서 생각을 하기로 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이제는 받기만 하세요. 충분히 그래도 돼요.” 라는 말을 해 주셨는데, 낯설기만 했다. 그동안의 삶이 베푼 삶만을 살거나 손해 보는 삶만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받는 것에는 아직도 어색하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잘 받는다. 받는 것도 그 사람의 마음이니 기꺼이 받는다.

최근 들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 선물이 있다면 ‘손 편지’와 ‘책’이다. ‘마음을 전달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하지 않는다. 나 또한 늘 마음은 굴뚝같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는 그리 쉽지 않다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마음’ 하나로 살아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음을 귀히 여긴다. 손가락이 깁스 된 상태에서의 손편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상담현장에서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제 2의 양육자’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담아주는 역할을 진심으로 해 줄 수 있다면 치유가 되지 않을 상처는 없다. 그런 대상으로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당신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비유해서 이야기를 하면, 가을이면 과일들이 다양한 형태로 결실을 맺는다. 그 결실은 수확의 양과 맛의 정도를 가늠하지 않는다. 다만 상품으로 가치기준을 나눠야 하기에 분류작업을 하지만, 이것은 인간적인 세상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와 토양, 그리고 일조량 등 다양한 환경조건에 따라서 수확의 양과 맛의 차이는 있지만, 볼품없고 맛이 없다고 하더라도 감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1789년에 ‘추사감사절’을 국가적 기념을 선포할 만큼 추수를 마친 것을 기념하여 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리고 축제를 열리는 행사를 갖는다. 추수한 것의 양이 많고 적음의 문제도 아니고, 맛의 당도가 높고 낮음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을 따져 묻는 것은 인간만이 그렇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은 그 어떤 조건도 없으며 상황도 없다. 그저 무조건 감사할 일다. 이런 맥락에서 ‘당신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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