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미완의 대기에서 특급 불펜으로 성장 중, 앞으로 더 큰 기대

한화이글스 투수 김범수가 최근 경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투수 김범수가 최근 경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사는 이루어질 것인가!’ 40주년을 맞이한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한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2022시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SSG랜더스 이야기다.

SSG는 필자가 항상 언급했듯이, 시즌 개막부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115경기를 치렀다. 이제 남은 경기는 불과 29경기. 과연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144경기를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개막부터 마지막까지 1위를 유지한 것)’, 대기록의 역사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2위 LG와의 격차가 7경기에서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위 사수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SSG의 정규시즌 우승이 거의 확정적이라 자칫 흥미가 반감될 수 있으나 ‘역사에 도전’ 중인 SSG의 우승을 위한 행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관심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위 LG는 2위 자리에 만족하면서 ‘2위 지키기’가 가장 현실적인 상황이 됐다. 반면, LG와의 2위 싸움에서 밀려나 3위 자리로 내려앉은 키움은 디펜딩 챔피언 KT에게도 추격을 허용하면서 3위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5위까지 밀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과연 3위 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기어이 키움을 잡고 3위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제 목표는 2위 LG. 과연 KT가 2위 LG까지 추격이 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1위 SSG도 가을야구에서 KT의 상승세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아는 여전히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5위 자리를 추격하던 NC와 두산이 지난주 나란히 4연패에 빠지면서 점점 어려운 상황에 빠진 반면, 6위 롯데는 가을야구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기아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최하위 한화이글스는 대전 홈에서 2위 LG와 1승 1패, 갈 길 바쁜 두산에게 연승을 거두면서 오랜만에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고 그 기세를 몰아 주말에 원정에서 삼성을 만났지만 두 경기를 모두 역전패로 내주면서 주간 3승 3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3승을 하는 그 중심에는 150km/h를 던지는 ‘미완의 대기’에서 팀 내 ‘홀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김범수가 있었다.

‘미완의 대기’에서 ‘홀드 신기록’ 작성까지 성장한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

김범수는 소위 말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와야 하는 150km/h를 던지는 좌완 투수’이다. 2015년 한화이글스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 김범수는 언제나 한화이글스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잠재력을 높이 인정받았고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김범수는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면에서는 빠른 구속에 비해 단순한 구종과 만들어지지 않은 제구력이 문제였다. 말 그대로 ‘미운 우리 범수’였다.

여기에 워낙 가진 재능이 좋으니 어떻게든 김범수를 활용하기 위한 감독들의 보직 변경이 한 몫을 거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마무리든 김범수는 팀이 부족한 곳에, 필요한 상황에 투입되는 선수였다. 불안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김범수가 계속 경기 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필자는 이런 재능과 잠재력을 보유한 김범수가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부상을 들고 싶다. 김범수는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끝내고 고관절에 대한 치료를 결정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부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난 모습으로 마운드에서 서고 있다.

2015년에 같이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동기생 선발 김민우가 지난 시즌 선발로서 꽃을 피우면서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는 영광을 안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김범수는 더 이를 갈았을 것이다. 축하해주면서도 경쟁심이 발동했을 것이다.

한화이글스에게게 김민우와 김범수가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면서 마운드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자원이었다. 그만큼 한화이글스의 팬들은 두 선수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었고 두 선수의 성장세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때마다 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 두 선수만큼이나 큰 기대를 걸었던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2006년 류현진과 함께 입단한 1차 지명자 유원상과 2007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혁민이었다. 두 선수는 큰 기대와는 다르게 한화이글스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은 컸고 팬들은 두 선수를 ‘화상과 진상’이라는 애증 섞인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김민우와 김범수가 두 선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노심초사하면서 응원했고 애정 어린 관심을 쏟았다.

결국, 지난 시즌에는 김민우가, 이번 시즌에는 김범수가 비로소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마운드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올 시즌 선발 김민우의 성장세가 크지 않고 정체된 상황은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시즌처럼 김민우가 선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올 시즌 김범수가 지금처럼 불펜에서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보다는 팀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김범수도 아직은 기복이 있고 시즌 초, 중반 무너진 경기가 심심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이 둘에게 내려진 특명은 바로 ‘꾸준함’이다.

김범수는 올 시즌 61경기에 출장(전체 1위)하면서 52⅔이닝을 소화했고 3승 6패 22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4홀드와 함께 1.93의 짠물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피안타율은 0.182에, 실점은 단 한 경기(2실점)에 불과했다.

올 시즌 61경기 출장은 현재 투수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시즌 세웠던 본인의 최다 경기 출장(56경기) 기록도 이미 넘어섰다. 평균자책점도 지난 시즌(5.22)보다 1점 이상이 낮은 수치이기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현재 기록하고 있는 22홀드(전체 3위)는 지난 시즌 자신이 기록한 시즌 최다 홀드인 9홀드를 넘어섬과 동시에 박정진(현 퓨처스 투수코치)이 지난 2011년 세웠던 한화이글스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인 16홀드를 통과한 지 한참이 흐른 값진 기록이다. 과연 시즌이 끝날 때 김범수의 최다 홀드 기록이 어디까지 기록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아직 김범수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이제는 한화이글스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필승 불펜이 되었다. 거의 유일한 좌완 불펜이기 때문에 김범수의 가치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김범수의 성장은 한화이글스 불펜의 힘을 더 강력하게 해줄 것이다. 기존의 김종수, 윤호솔에 군복무 후 합류한 박상원 그리고 마무리 강재민으로 이어지는 필승 조합은 어느 구단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기복만 조금 줄일 수 있다면 더욱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 많이 흔들렸던 한화이글스의 불펜이 김범수가 중심을 잡으면서 다시 강해지고 있다. 박상원의 복귀와 강재민의 마무리 적응은 ‘플러스알파’가 되고 있기에 앞으로 남은 경기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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