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서른여덟번째 이야기] ‘충청의 아들’은 흰소리였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충청의 아들’을 자처했다.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라는 지역적 연고를 앞세워 민심을 끌어당겼다.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전후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낙제점 수준이다. 그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도마저 긍정 평가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는 현실이다. 왜 이런가. 대체 충청의 아들을 대하는 부모 동네 주민이 등을 돌리고, 부모 고향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가 석 달 만에 왜 이 지경에 다다랐을까.  

정부는 지난 22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10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 중에는 충남 부여와 청양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그토록 강조했던 부친의 고향이자 가문의 뿌리인 지역이 물난리로 쑥대밭이 됐다. 피해 주민들은 황망한 마음을 추스르며 복구작업에 한창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에서 연찬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첫 연찬회를 충남 수부 도시에서 연 건 여러모로 상징성과 의미를 지녔다. 윤 대통령도 참석했다. 다만, 대통령은 천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부여와 청양은 들르지 않았다. 

연찬회에서도 피해지역은 언급조차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를 풀자”고 말했다.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는 민관의 노력은 안중에 없던 걸까. 나는 그날 오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늘 대통령이 천안에서 열리는 연찬회에 참석하는데, 인근 부여와 청양을 방문할 별도 계획이 있으신가.”

관계자 답변은 이랬다. “정당 행사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답변해 줄 수 있다면 요청하겠다.” 동문서답에 실망했고, 수해 피해지역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에 절망했다. 당·정·대가 총출동한 행사에 수해 지역 방문은커녕 일언반구조차 없다니.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비가 안 와서 그런 건가. 

충청권 시도지사도 이날 연찬회에 참석했다. 그들이 이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건의를 했나 알 길은 없다. 대통령이 행사 직후 서울로 돌아간 걸 보아 수해 지역으로 발길을 이끌 만큼의 적극적인 요청도, 정치력도 없었던 것 같다.    

김태흠 지사는 지난 22일 부여·청양 특별재난지역 지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수해 지역 방문 요청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속도감 있게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어 강하게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대신 대통령의 ‘전화 한 통’을 크게 자랑했다. 현재 김 지사의 고향인 보령시도 추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2년 전, 충남 천안에 큰비가 내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장을 직접 찾아 박상돈 천안시장으로부터 보고 받고 피해 상황을 살폈다. 장화를 신고 논둑길을 걷고, 지역민들과 현장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고, 역할 아닐까. 설령 그것이 ‘쇼(Show)’라도. 

윤 대통령의 충청권 지지율이 왜 평균을 밑도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대통령은 천안에서 여당 의원들과 오미자주스로 건배하며 저녁을 먹었다. 부여·청양은 들르지 않고 헬기를 타고 돌아갔다. 다음 날(오늘) 김건희 여사 팬클럽에 일정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대구 서문시장은 예정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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