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경아 제9대 대전시의원
“약자가 살기 좋은 세상” 의정 각오

9대 대전시의회에 최초로 중증장애 당사자, 휠체어 탄 의원이 입성했다. 지역 내 장애인 이동권, 복지 문제 등을 다루며 개선을 요구해온 시의회는 이제 개선의 주체가 됐다. 개원 50일 여 일 만에 바뀐 것과 앞으로 바뀌어야 할 것들,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간극을 줄이고 있는 모습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① 중증장애 의원 첫 입성, 9대 대전시의회 변화했나?

② 휠체어 탄 초선 대전시의원이 체감한 장애감수성 <끝>.

중증장애인 최초로 대전시의회에 입성한 황경아 대전시의원(비례·국민의힘). 대전시의회 제공.
중증장애인 최초로 대전시의회에 입성한 황경아 대전시의원(비례·국민의힘). 대전시의회 제공.

밀지 않아도 열리는 자동문, 계단을 없앤 경사로와 높이 조절 책걸상까지. 중증장애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된 공간은 곧 노인과 아동, 임산부 등 모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 

황경아(비례·국민의힘) 9대 대전시의원이 초선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중증장애 당사자로서는 최초다. 의회는 개원 1개월 반 만에 모든 층에 장애인화장실을 추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의회에 들어오면서 관련 민원인들의 방문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 건축물 기준에 따르면, 전체 건물 층수의 50% 이상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된 경우는 최우수 등급, 30% 이상은 우수등급, 1개 층에만 설치된 건물은 일반 등급을 받는다.  

황 의원은 <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겠다는 각오로 의회에 들어왔다”며 “전에는 강성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동료 의원들과의 소통, 사무처 직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정례회를 앞두고 사회적 약자층의 공원 접근권을 주제로 5분발언을 준비 중이다. 시설이나 설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사회 약자층에 맞춰 개선되면, 장애인, 노인, 아이, 임산부 등 모두에게 편리한 세상이 된다는 게 황 의원의 신념이다.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층의 인권, 일자리, 사회참여 문제에 힘쓸 계획”이라며 “한 달 반 동안 벌써 민원이 30여 건 접수됐다. 9대 의회에서 발판을 만들고, 향후 다음 의회에서 완성해나간다는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홀로 빠진 현충원 참배, 헤프닝이 소통의 계기로

9대 의회 개원식날에는 웃지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개인 리프트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국립대전현충원 단체 참배에 본의 아니게 홀로 빠지게 된 것. 충분히 불쾌할 만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이 사건이 계기가 돼 동료 의원, 의회사무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됐다.

황 의원은 “단체 버스에 리프트시설이 없다보니 개인 차량을 이용하게 됐고,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모두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에는 잠깐도 못 기다리나 괘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라며 “알고보니 기관 운영 상 참배 시간을 엄수해야 했고, 또 중증장애의원과 일하는 것이 모두 처음이지 않나. 먼저 소통이 부족했던 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헤프닝이라고 생각해 웃고 넘어간 뒤로 오히려 이제 먼저 적극적으로 고민해주신다”며 “특히 의회사무처장님과의 대화에서 감동도 받고 고마움도 느꼈다. 이제 정치를 하게 됐으니 강해야 할 때는 원래 제 모습대로 하되, 서로 이해를 넓히는 일에 중점을 두려 한다”고 밝혔다.

“인식개선, 사회공감대 확보부터”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앞쪽 좌석에 황 의원의 자리가 배치됐고,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할 수 있게 개선됐다. 대전시의회 제공.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앞쪽 좌석에 황 의원의 자리가 배치됐고,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할 수 있게 개선됐다. 대전시의회 제공.

시설 개선을 통해 휠체어를 이용해 본회의장에 들어와 착석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장애의원과 비장애의원이 같은 단상에서 발언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경사로 설치로 인해 협소해진 공간, 단상 설비 교체 어려움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우선 한 발 물러났고, 개별 발언대를 마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황 의원은 “궁극적으로 장애, 비장애 구분없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면서도 “장애인의 눈높이에서만 요구하게 되면 또 그것은 누구가에게 역차별로 느껴질 수 있지 않나. 또 본회의장은 아이들의 견학, 전체 의원의 단체촬영 등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도 고려해 대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의원은 “150만 시민 중 등록된 장애인은 7만2000명이지만, 노인과 임산부, 수급자, 저소득층 등 다양한 분야의 약자층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며 “이제는 제가 정치를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불만을 조율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시대가 바뀐 만큼, 장애·복지 운동이 사회 전체의 공감대를 넓히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농성 등을 보며 내린 결론이다.

황 의원은 “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해결 불가능한 민원이라도 일단 현장으로 가는 것"이라며 "다만,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일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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