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인프라 시설은 하나, 둘 늘고 있으나... 모두 주간 개방에만 초점
중앙‧지방정부‧공기업 칸막이 소극 행정이 발목... 체류형 숙박시설 부재도 한 몫
전국은 지금 '문화재 야행' '야간 축제'로 들썩... 세종시는 세종축제마저 축소 분위기

세종시 공공형 전망대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 핫플레이스가 된 메타45 전망대 카페. 여기서 바라본 세종시 야경이 이채롭다. 이희택 기자. 
세종시 공공형 전망대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 핫플레이스가 된 메타45 전망대 카페. 여기서 바라본 세종시 야경이 이채롭다. 이희택 기자.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한 축이 될 ‘야간 관광 테마’ 개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신(新) 야간 경제‧관광’ 트렌드에 올라타지 못한 한편, 좋은 장소와 인프라가 하나‧둘씩 늘고 있어도 중앙‧지방정부‧공기업간 칸막이 소극 행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더욱이 게스트하우스와 호텔 등의 숙박 인프라 자체도 부족해 ‘체류형 1박 2일 경제 효과’를 인근 대전과 청주, 공주에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25일 시에 따르면 내‧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77만여 명에서 2020년과 2021년 각각 73만여 명, 81만여 명으로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 한파 만을 탓하기엔 뼈아픈 수치다.

결국 숙제는 분명하다. ‘야간 관광 테마’ 개발과 ‘숙박 인프라’ 확대로 요약된다.

야간 관광 현주소부터 살펴보면, 세종시는 ‘낮’만 존재하는 도시로 다가온다. 야경투어 버스 코스가 이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주 목~토요일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하는 야경투어 코스는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호수공원 제1주차장~이응다리(금강 보행교)~숲바람장미원~학나래교~나성동 도시상징광장(메타45 카페)~정부세종청사~세종컨벤션센터~호수공원~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다.

대부분 야외 공간이고 세종청사와 컨벤션센터는 입장 불가다. 도시상징광장 분수대는 최근 접근 금지 울타리를 설치, 인근 엑스포 광장 분수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금~토요일 밤 9시까지 야간 개방하는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전시온실도 빠져 있다.

주변 주요 시설물 중 나홀로 야간 개방을 시작한 수목원 '사계절 전시 온실' 모습. 자료사진. 
주변 주요 시설물 중 나홀로 야간 개방을 시작한 수목원 '사계절 전시 온실' 모습. 자료사진. 

유일한 실내 공간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나성동 ‘메타45 (전망대) 카페’다.

곱잖은 시선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특정 카페를 코스에 넣은 배경이 있다. 세종시 대표 전망대인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는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주간에만 운영(LH)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출범 10년이 지나도록 이곳에서 야경을 볼 수 없다.

LH는 중앙공원 옆 행복도시 홍보관도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만 개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0년 착공 시점에서 관광형 시설로 공표한 ‘세종청사 중앙동(신청사) 11층 전망 공간’의 개방 여부도 불투명하다.

당초 올해 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단계 입지로 약속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이 곳 업무동 11층에는 전망대가 관광형으로 계획돼 있다. 자료사진. 
당초 올해 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단계 입지로 약속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이 곳 업무동 11층에는 전망대가 관광형으로 계획돼 있다. 자료사진. 

행안부 관계자는 “오는 10월 중앙동 준공 후 보안구역 설정 계획을 토대로 활용안을 짤 것”이라며 “11층 전망대는 민원동이 아닌 업무동에 있는데, 업무동이 보안시설이다 보니 출입 경로 설정 등에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낮만 존재하는 도시 모습은 세종청사 옥상정원에서도 확인된다. 행안부는 오는 9월 재개방을 앞두고 회당 1시간 코스(1~6동 1.5km)에 걸쳐 평일 5회, 주말 4회 주간 운영만 고려하고 있다.

2012년 9월 개청 당시부터 ‘개방형’으로 설계됐으나 2019년 반짝 전면 개방이 이뤄진 뒤, 보안과 안전 관리를 이유로 소극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세계에서 가장 긴 3.5km 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9~13동, 14~15동 구간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즈음 전체 구간을 예약제로 개방할 예정이다.

최근 새 단장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전경. 행안부 제공.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전경. 행안부 제공.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정원 관리 등의 전문 기관이 아닌 탓에 관리‧운영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고, 이는 칸막이 행정이 되고 있다.

다른 제 기관들의 운영 행태도 이 같은 소극 행정의 전형이다. 국민들을 위한 적극 행정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국세청의 국립조세박물관(오전 9시~오후 6시), 국토부의 세종동 우주측지관측센터(평일만 오전 10시~오후 5시),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오전 9시~오후 6시), 시가 운영 중인 조치원 도도리파크 실내공간(~오후 6시)과 부강면 홍판서댁 문화재 시설(~오후 5시), 전월산 한국전통문화체험관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밖에 국립세종수목원은 호수공원~중앙녹지공간~이응다리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전거 통행을 불허하고 있고, 충남도가 운영하는 금남면 금강자연휴양림은 세종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으나 충남도민과 금남면민에게만 입장료 무료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세종호수공원 인근에 들어서고 있는 신도심 2번째 호텔 전경. 이희택 기자. 
세종호수공원 인근에 들어서고 있는 신도심 2번째 호텔 전경. 이희택 기자. 

8~9월 사이 청주와 군산, 익산, 논산 강경, 진주, 동구, 밀양, 창녕, 부산, 김제, 수원, 공주, 강릉 등 사실상 전국에서 ‘문화재 야행(야간 개방 축제)’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대전시 및 유성구는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2022 한 여름 밤의 나들이 ‘달밤 소풍’ 축제를 열어 시민들과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나성동 ‘도시상징광장’을 연상케하는 ‘한빛탑 광장~엑스포 다리 앞 대로’에서 행사가 열렸다.

도시상징광장은 지난해 5월 문을 열고 미디어아트와 음악분수 시설까지 갖추고도 제대로된 행사 없이 방치되는 모습이다. 10월 세종축제 기간 ‘맥주 축제’ 구상안도 물거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대덕구는 7~9월 매주 금~토요일 오후 17시~22시까지 대덕거리 맥주 페스티벌에 한창이다. 골목상권 활성화 취지를 담은 행사로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유성구는 유림공원 잔디광장에서 재즈·맥주 페스타를 개최했고, 부여군은 최근 백마강 일대에서 달밤 야시장을 열었다. 

경남 통영은 아간형 테마파크 ‘디피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매일 오후 7시~24시까지 살아 움직이는 빛의 정원으로 상설‧운영되고 있다. 남망공원길 1.3km 포장도로와 숲길을 활용, 미디어파사드로 환상적인 관광 코스를 제공한다.

공주시는 오는 9월 17일부터 10월 16일까지 공산성에서 문화재청 국비 20억 원을 지원받아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주제는 ‘백제, 해상왕국과 문화강국으로 이끌어가다’로, 디피랑과 같은 새로운 야간 명소를 구현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와 세종시가 9~10월이든 특정 기간만이라도 야간을 포함한 전면 개방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언제쯤 이뤄질지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야간 관광 특화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로 전이되길 원하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민간의 자생적 콘텐츠가 고군분투하며 상권 활성화의 마중물 노릇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예컨대 나성동 'DJ 주점과 부킹형 주점' '메타 45 전망대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한 시민은 “이응다리와 호수공원, 중앙공원, 차 없는 도시상징광장, 도서관, 대통령기록관, 홍보관, 국립수목원 등 기존 시설 개방 확대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에선 야간 축제의 현장을 찾기 힘들다. 외부 유입 요인이 없으니 상권 공실이란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텔 하나 밖에 없는 신도심 내 숙박 인프라 한계도 언제쯤 극복될 수 있을지 ‘민선 4기’에 던져진 숙제가 만만찮게 다가오고 있다.

아래는 타 지역 야간형 축제와 콘텐츠 사진들. 

지난 6일 한빛탑 주변으로 달밤 소풍을 나온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와 가벼운 음식을 곁들이고 있다. 이희택 기자. 
지난 6일 한빛탑 주변으로 달밤 소풍을 나온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와 가벼운 음식을 곁들이고 있다. 이희택 기자. 
매주 금~토요일 저녁 대덕구에서 열리고 있는 대덕거리 맥주 페스티벌 전경. 대덕구 제공. 
매주 금~토요일 저녁 대덕구에서 열리고 있는 대덕거리 맥주 페스티벌 전경. 대덕구 제공. 
통영의 핫플레이스가 된 야간형 테마파크 '디피랑'의 한 공간 전경. 이희택 기자. 
통영의 핫플레이스가 된 야간형 테마파크 '디피랑'의 한 공간 전경. 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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