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A: 저는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데, 그 사람은 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가 봐요.
B: 그래서 상처가 되었다는 말씀이군요.

A: 네. 제가 사람을 참 좋아하고 잘 따르는 성향이 많아요.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받는지도 몰라요.
B: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나요?

A: 자책하게 되고 관계 속에서 늘 빈 수레 같은 느낌이에요.
B: 그러시군요. 공허함을 많이 느끼시는군요.

A: 네. 맞아요. 외롭고 공허해요. 그리고 더 허탈감을 느끼는 것이 있어요. 저는 상당히 솔직한 사람이에요. 너무 솔직해서 어쩔 때는 관계를 다 놓쳐버렸다는 느낌까지 받을 때가 있어요.
B: 솔직한데 관계를 다 놓쳐버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A: 생각해보면 제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자신을 노출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을 많이 믿었어요. 어쩌면 그 믿음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몰라요. 그 믿음이 ‘내가 이렇게 다 말하면 상대방도 그만큼 자신을 노출해주겠지’라는 믿음이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어요. 늘 제 이야기만 많이 했죠. 유달리 제게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함께 이야기할 때는 공감받은 느낌이 너무 고마웠고 ‘아, 이 사람들은 정말 내가 끝까지 함께 가야지’라고 스스로 다짐을 하기도 했어요.
B: 자신의 믿음에 스스로 덫에 걸린 느낌 때문에 혹시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지금 어떤 심정인가요?

A: 맞아요. 지금 제 자신이 만들어놓은 믿음의 틀이 너무나 한심하다는 생각과 그들은 잘못이 없는데 어리석은 제 자신을 용서가 잘 되지 않아요. 너무나 바보 같고 한심하고, 그동안 쏟아냈던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 속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하소연도 많았는데, 너무 아찔해요.
B: 자신만 바보 된 느낌에 억울하고 분노하는 감정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A: 네. 솔직히 그런 마음이 지금은 많아요. 아무리 기질과 성향, 개성이 다르다고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것이 욕심이었을까요?
B: 많이 속상하셨군요.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공감해줘서 고마웠다면 그들의 도움이 컸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이 개인적인 사생활을 꼭 이야기할 의무도 없지 않을까요?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처럼 그들 또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을 안 하고 싶지는 않았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되네요.

A: 그 말씀은 맞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더 제 자신이 한심하고 제 자신에 대해서 화가 나는 거예요. 알아요. (흑흑) 아는데 속상하고 허망한 느낌을 받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감정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과의 차이 크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그것으로 인해 아픈 경험들이 많아서 충분히 잘 아는데도 왜 이리 익숙해지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B: 많이 힘들어하시니 마음이 아프네요.

상처를 직접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상처를 스스로 원인 없이 받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자신이 스스로 타인에 대한 기대를 얼마만큼 했는지를 점검해보아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자신만의 믿음체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장하고 변화할 능력을 이미 내면에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상처를 타인이 주지 않았고 우리는 상처받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니 더더욱 자신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멈춰라”라고 자신에게 소리를 쳐라. 그러면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이 무서워서 도망갈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을 노출하는 것만큼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심리가 우리에겐 존재한다. 그것은 동물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자신이 알고 싶은 만큼 알지 못했을 때 오는 불안한 감정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어떠한 감정으로 발생되었는지를 탐색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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