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취소했어야”...UCLG총회 앞두고 ‘전임 정부 탓만’
잔칫집 주인장, 식솔들 실망시키고 손님들에게 결례
지금 시장이 할 일은 ‘남탓 행정’이 아니라 ‘대안마련’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김재중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이 해외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잔칫상을 엎어버렸다. 이곳저곳에 초대장을 돌렸지만 손님들이 예상만큼 많이 참석할 것 같지 않자 ‘이 잔치는 내가 준비한 것도 아니고 별 의미도 없다’며 공개적으로 볼멘소리를 했다. 잔치준비에 땀 흘려 온 식솔들은 물론이고, 흔쾌히 잔치에 발걸음하기로 한 손님들에게도 큰 결례를 범하게 됐다.

오는 10월 10일부터 닷새 동안 대전컨벤션센터 일원에서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가 개최된다. UCLG 총회는 세계 140여개 나라 1000여개 도시와 비정부기구가 3년에 한 번 개최도시에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지방정부 단위 최대규모 국제회의다.

지난 2019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총회가 열렸고, 이곳에서 대전이 다음 개최도시로 결정됐다. 대전시는 ‘UCLG 총회’ 유치에 대해 “93대전엑스포 이후 최대규모 국제행사”라고 의미부여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허태정 전 대전시장은 ‘북한 조선도시연맹’까지 초청해 지방도시 외교무대에 남북평화 메시지와 함께 ‘대전’을 부각시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UCLG 총회’는 두 가지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 펜데믹과 한국의 정권교체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은 공교롭게도 대전이 ‘UCLG 총회’를 유치한 직후 벌어졌다. 3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아직 국제교류가 원활하지는 못하다. ‘UCLG 총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회의가 아직까지 ‘비대면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UCLG 총회’ 개최도시인 대전은 ‘북한 조선도시연맹 초청’이라는 흥행카드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문재인 정부 중반, 북미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이후 대화의 기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문 정부 당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UCLG 대전총회’에 북한을 초청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교체로 공염불이 됐다. 대전에서도 허태정 전 시장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UCLG 총회’는 판 벌인 주인장이 없는 ‘잔치’로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CLG 총회’는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외교무대다. 개최도시 중앙정부가 승인하고 보증하는 ‘국제행사’다. 또한 개최도시 시장은 지방외교의 중심에서 세계를 상대로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잔칫집의 주인장’이다. 그런 잔칫집의 주인장이 잔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잔칫상을 엎어 버렸다.

이장우 시장은 지난 8일 오후 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UCLG총회는 전임 시정부가) 시민들에게 엑스포 이후 최대 국제행사처럼 과대 포장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같다”며 “대전이 단독으로 나서서 유치했다는데, 별로 (행사를 유치)하고 싶은 도시가 없었다는 뜻”이라고 ‘UCLG 대전총회’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전임 시장이 ‘큰 잔치’라고 소문을 냈는데, 내가 와서 보니 ‘별것도 아닌 조그만 잔치’라고 깎아내린 셈이다. 이 시장의 시각은 이후 발언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행사유치) 초기 단계였으면 취소했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는 행사를 유치하는 것은 안된다”고 경제논리를 폈다. ‘돈 되는 장사도 아닌데 왜 하냐’는 인식이다.

대전시가 최근 집계한 참가 신청은 33개국, 60개 도시, 156명에 그친다. 시는 해외 참가인원이 더 늘어나도 500명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더반 총회’ 당시 대회 등록인원만 3000명을 훌쩍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2022년 ‘대전 총회’의 외형이 대폭 축소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이 국제회의가 실패한 행사로 기억될까? 전혀 아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과 이후가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인정하는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이, 대전이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국제회의를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식과 방향으로 잘 치러낸다면, 2022 UCLG총회는 위기극복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것이 이번 국제회의 주제인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시민의 도시’와도 부합하는 일이다.

코로나 여파로 저조한 해외도시 참여율을 K-방역과 연계해 최대한 어떻게 늘릴 것인지, 불가피하게 온라인비대면 회의를 병행해야 한다면 IT강국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회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이끌어 낼 것인지, 국내 지방도시 참여를 함께 이끌어내고 축제 요소와 병행해 어떻게 흥행을 이끌어 낼 것인지, 대전시민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시민 행사로 붐업 시킬 것인지, 이번 대회를 통해 ‘글로벌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홍보할 것인지 등등.

지금 이장우 시장이 꺼내 놓아야 할 이야기는 ‘전임 정부 탓’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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