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청소년들에게 경제개념을 알려주는 것이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돈의 본질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당장 써야 할 용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명품 가디건을 180만 원 주고 사거나 티 하나에 50만 원을 쉽게 산다는 것에 대한 부러운 마음을 ‘우리 부모는 돈을 못 번다’ 또는 ‘우리 집은 가난하다’는 식으로 생활수준을 생각하다 보면 대화의 초점은 점점 감정의 갈등으로 번져간다. 때론 친구들의 진로가 동기부여가 되어 자신의 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자신의 강한 의지가 분명 있어야 있다.

‘티클 모아 태산이다’란 말이 먹히지도 않고, ‘작은 일을 소홀히 하면서 큰일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말조차도 ‘꼰대’라는 말만 안 들어도 고마울 정도이다. 돈은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못 살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불편함의 정도차이가 있을 뿐이다. 돈이 없어서 불편할 수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는다. 그 불편함은 각자 극복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또한 ‘돈’이 청소년(자신)의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직 청소년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하루살이’처럼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자아실현은 남의 일이고,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이 얼마든 상관없이 정해진 돈을 받는 것이 꿈일 수 있다. 청소년을 둔 가정에서는 그 월급으로 사교육비(학원비)와 대출(빚)을 갚기에도 빠듯할 수 있다. 어쩌면 죽기 전에 자녀에게 빚을 물려주지만 않아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이 넘치는 사람에게는 소비가 자유로울 수 있다. 돈이 없는 것이 누구(부모)의 잘못이 아니길 바란다. 또한 쓰고 싶은 데로 돈을 소비하지 못해서 백만장자를 꿈꿔서도 안 된다. 그것은 꿈이 될 수 없다. 환경에 의한 것을 자신의 결핍으로 생각하여 그것이 꿈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꿈’이 된다면 자신이 가장 아플 것이고, 부모 또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환경을 극복하여 자신에게 해(害)가 되지 않는 꿈을 가져야 한다.

자녀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부모 또한 자녀를 선택할 수 없다. 이 말은 주어진 조건에서 성실하게 서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고 충남 예산에 있는 수덕사로 템플스테이(사찰 생활 체험)를 갔었다. 저녁식사 후 스님과 담화시간을 가졌다. 스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부모가 자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니 부모로써 막중한 책임을 가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녀가 부모를 선택하는 것이니 그것은 자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 때 무거웠던 마음이 편해졌던 경험이 아직도 여운으로 깊이 남아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보내질 때는 ‘부모의 미해결문제를 도와주러 온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자녀가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때는 태어난 순서와 상관없이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자녀가 온 곳은 우주보다 더 먼 곳에서 왔다고 했다. 가끔 동화책을 읽다보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진 멀리서 오신분인가 봐요. 저 밤하늘 너머 우주에서 오셨던 걸까요.” 이런 글귀를 보기도 했다. (종교마다 전혀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읽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는 각자의 삶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그 가치관이 무엇이냐에 따라 자신을 우울하게도 하고 살만한 세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삶의 중심인 ‘자신’을 포기하는 순간이 끝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이 살아가는 동안에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라. 삶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성실하고, 양심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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