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 REPORT…Real Estate ③]
톡톡 튀는 아파트 펫네임…가격 상승 효과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 반응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때는 1912년 3월에 공포된 <조선부동산증명령>과 동 시행규칙, <부동산등기령>과 동 시행규칙 등에서부터라고 합니다.

민법에서는 ‘토지와 그 위에 있는 건축물 및 입목 등의 정착물을 부동산’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은 부동산시장에서 거래의 대상이기 이전에 ‘가족이 사는 곳’입니다. 일각에서는 부자가 되려면 무조건 알아야 할 것이 부동산이라고 합니다.

디트뉴스24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디트 REPORT…REAL ESTATE] 코너를 신설, 정기적으로 대전과 세종, 충남의 부동산 관련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수요자들의 정보 해소에 일정정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대전도시철도 1호선 유성온천역 1번 출구에서 만년교 사이에 들어서 있는 모델하우스촌에 신규물량이 수요자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촬영 최찬룡 PD
대전도시철도 1호선 유성온천역 1번 출구에서 만년교 사이에 들어서 있는 모델하우스촌에 신규물량이 수요자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촬영 최찬룡 PD

[박길수 기자]  지난 2004년 6월 대전 서구 복수지구 입주자들이 직접 아파트 단지 이름을 짓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아파트 단지 이름은 공무원들이 한글학자에게 외뢰해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초록마을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서구가 한글학자로부터 '새내마을'이란 이름을 받아 지정하려 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물이 샌다, '돈이 샌다', '김이 샌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된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 투표를 실시해 직접 선정한 '초록마을'이란 단지명을 서구청에 통보했습니다. 서구청은 “주민들이 원하는 이름을 짓는 것이 당연하다”며 단지명을 '초록마을'로 확정했습니다.

이렇게 입주 예정자들이 인터넷상에서 투표를 통해 단지 이름을 정한 것은 대전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18년이란 시간이 흐른 2022년은 어떨까요?

"아파트 이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가장 정확할 듯 합니다.

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 단지의 위치, 교통, 학군, 조망권 등 특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펫네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대덕테크노밸리 연결도로에서 세종시로 이어지는 BRT 도로. 자료사진.
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 단지의 위치, 교통, 학군, 조망권 등 특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펫네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대덕테크노밸리 연결도로에서 세종시로 이어지는 BRT 도로. 자료사진.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과거 ’삼부아파트‘, ’태평동 벽산아파트‘, '산성동 우성아파트',  ‘유천동 현대’, ‘가장동 래미안’, '대흥동 자이' 등과 같은 짧은 이름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리얼캐스트가 부동산114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명의 평균 글자수는 1990년대 4.2자, 2000년대  6.1자, 2018년 9.32자, 2019년 9.84자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선화 해링턴플레이스 휴리움’은 효성중공업과 다우건설이 컨소시엄을 조성해 건립된 아파트입니다. 지역명과 브랜드명만 담았음에도 10자에 육박합니다. 

참고로 전국에서 긴 아파트 단지는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라고 합니다. 총 18자에 달합니다. 지역명에 택지지구, 브랜드, 차수, 설계특징까지 담다보니 생겨난 결과라고 합니다.

아파트 브랜드는 2000년대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각 건설사의 개성과 정체성을 담아 브랜드로 표현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래미안,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자이, 롯데캐슬, 더샾 등 수요자들이 잘 알고 있는 수많은 아파트 브랜드들이 대형 건설사들이 론칭한 것입니다.

2000년 ‘삼성래미안’을 필두로 ‘대림e편한세상’, ‘GS자이’, ‘대우푸르지오’ 등 아파트 브랜드가 등장한지 올해로 22년. 더 이상 ‘래미안’이나 ‘자이’ 등으로 차별화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은 이른바 ‘펫네임(Pet Name)’이라고 하는 서브네임을 붙여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 아파트 이름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해보니 '퍼스티지', '더포레스트', '에듀', '파크' 등의  '펫네임'을 더욱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에 발맞춰 건설사들은 아파트 단지의 위치, 교통, 학군, 조망권 등 특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펫네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심에 위치해 교통여건 등이 좋으면 ‘센트럴’, 학군이 좋은 경우 ‘에듀’, 조망이 훌륭한 경우 ‘뷰’,  강이나 바다 등 수변의 특징을 나타내는 ‘레이크’, ‘오션’,  고급형 아파트에는 ‘프레스티지' , 공세권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파크’나 ‘힐즈’ 등이 붙는 형식입니다.

지역의 경우 ‘대전용산 호반써밋 그랜드파크’, ‘도마변동 호반써밋그랜드센트럴’, ‘대전 코오롱하늘채스카이앤’, ‘해링턴플레이스에듀타운’, ‘계룡푸르지오더퍼스트’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지역명에 브랜드를 붙이고 약간의 펫네임만 첨가했을 뿐인데 쉽게 13자를 넘깁니다.

수요자들 역시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화려한 이름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단지명도 길어졌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아파트 이름이 길어진 이유는 결국 시세 상승 때문입니다. 

실제 아파트 명칭 변경에 따라 거래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발행한 <명칭 변경 사례를 통해 살펴본 아파트 브랜드 프리미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수치적으로 명칭 변경을 통한 브랜드 효과의 경우 약 7.85%의 가격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수년간 급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맞물려 시세 상승을 기대하며 기존 아파트들의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주요 단지는  이름을 간략하게 짓는 ‘군살빼기’에 나서기도 합니다.

최고 경쟁률 58.63대1을 기록한 ‘중촌SK VIEW’가 대표적입니다.  지명인 ‘중촌’괴 SK건설의 브랜드 ‘VIEW’을 붙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브랜드 자체에 집중하는 곳도 없지 않습니다. 한화건설은 7월 말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의 이름을 ‘한화 포레나 월평공원’으로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유성 힐스테이트’, ‘둔산 힐스테이트'도 브랜드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끝으로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한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각자 자기만의 독자 브랜드를 갖기 전까지 돈을 투자해 아파트(주택) 브랜드에 대한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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