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서른두번째 이야기] 답변 태도 보완과 정제된 메시지 필요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출입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잠정 중단을 공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하루 만에 기자와 카메라 앞에 섰다.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사유로 “기자실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대통령과 직간접적 접촉을 줄이려는 취지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공지 하루 만에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재개한 것이다. 기자들보다 당황스러웠던 건 대통령실 아니었나 싶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렇게 손발이 안 맞으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라는 말이 돌았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인사와 경제 문제를 비롯해 여당의 내홍, 김건희 여사 리스크까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답변 태도만 봐도 그렇다. 인사 문제를 물어보면 “문재인 정부보다 낫다”고 하고, 민감한 문제에는 말을 돌리거나 답변하지 않는다. 기자들은 적(敵)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해놓고, 국민을 대신해 묻는 기자들에게 그래서야 쓸까. 

그래서일까.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조차 도어스테핑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도어스테핑이 계속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기자 소통이 활발한 대통령이 되겠지만..글쎄,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12일 페이스북)”고 썼다.

대통령에게 질문하려는 기자들은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문화를 총망라한 질문을 들고 대기한다. 웬만한 공부가 되어있지 못하면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정무적·정책적 판단과 실력을 갖춘 대통령이면 몰라도 윤 대통령은 아직 2년 차 ‘초보 정치인’이다.

언론사에 비유하면 취재 경험이나, 기사를 써본 적 없이 언론에 반감만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주나 데스크를 맡은 것과 별 차이 없는 것이다. 그 밑에 있는 기자들(참모들)은 얼마나 괴롭고, 독자들(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정치에서 보여주기식 소통을 ‘쇼(show)통’이라고 부른다. 때로 ‘쇼통’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남용하면 안 하느니 못하다.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외양이 아니라 ‘내용(메시지)’이다. 실수 연발과 지지율만 깎아 먹는 도어스테핑 보다 특정 주제를 갖고 정기 간담회를 여는 게 어떤가. 실수도 줄이고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코로나도 심하니 말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