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열두줄 인문학]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조선시대 청백리로 손꼽히는 맹사성이 19세에 경기도 파주 군수로 부임했을 때의 일화입니다. 큰 가르침을 얻고자 고을 내에 도가 높은 선사(禪師)를 찾아 갔지요.

“선사님, 큰 가르침을 주십시오.”.

“원님, 선(善)하게 사십시오.”.

큰 가르침을 기대했던 맹사성은 자존심이 상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원님, 차나 한잔 하고 가시지요.”하고 찻잔에 차를 따르는데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선사님, 찻물이 넘치는데요.”

여기에서 선사의 말이 압권이지요. “원님, 찻물이 넘치는 것은 알면서도 어찌 교만이 넘침은 모르십니까?”

맹사성이 창피해서 급히 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이마를 부딪치고 마는데 또 선사의 말이 압권입니다. “원님,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

맹사성 일화의 메시지는 겸손 입니다. 나를 비우는 허심(虛心)과 나를 낮추는 하심(下心)을 말합니다.

▲ 겸손, 주역에서 뭐라 했나?
주역에서는 겸손을 땅(地)아래 산(山)의 형상인 지산겸(地山謙)으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산처럼 높은 학식, 재능, 지위, 명예, 권세 등을 지녔다 해도 땅처럼 낮추고, 산처럼 높은 공을 세웠다 해도 땅처럼 낮추라는 겁니다.

64괘 384효로 되어있는 주역의 메시지는 ‘겸손’입니다. 자만을 버리고 언제나 겸손함으로써 변화하는 세상사에 대비하며 살라는 거죠.

▲ 겸손,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겸손하면 이익을 얻고 자만하면 손해를 본다(謙受益 滿招損)’했습니다.

겸손하면 3가지 이익을 얻지요.

하나, 자신에게 겸손하라. 그러면 자기 발전을 이룹니다.

둘, 남에게 겸손하라. 그러면 신뢰와 존경을 받습니다.

셋, 세상사에 겸손하라. 그러면 명예를 지킬 수 있고 세상사의 화(禍)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명예와 지위를 잃고 목숨까지 잃게 됨은 모두가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했기 때문이죠. 지금의 지구인들은 자연에 교만하기 때문에 재앙을 겪고 있음이 아니겠습니까.

주역에서는 겸손을 모든 덕 중 으뜸가는 원덕(元德)이요, 만사에 다 통하는 형덕(亨德)이요, 만사를 이롭게 하는 이덕(利德)이요, 곧고 바른 정덕(貞德)이라 했습니다.

겸손한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으니 겸자무적(謙者無敵) 이지요.

겸손은 약한 모습이지만 가장 강한 인간행위입니다.

▲ 겸손은 “있을 때 잘 해!”

벼가 익을수록 고개가 숙여지지요. 겸손도 내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주역에서는 겸손은 있는 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라 했죠.  부귀, 권세, 명예, 성공을 누리고 있을 때 그것들을 남과 세상을 위해 베풀어야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이지요. 겸손은 한마디로 “있을 때 잘 해!”입니다.

▲ 나는 참으로 겸손한가?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 마음은 겸손하기가 쉽지 않지요. 누구나 교만한 사람을 싫어하나 내 마음은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나는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교만하지 않은지?

7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십시오.

1. 상대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상대를 무시하고 자기를 높이려 한다.

2. 언제나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그래서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대등시 하려 한다. 그리고 자기보다 동등한 사람은 아래로 취급한다.

3. 상대의 훌륭한 점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더 낫다고 여긴다.

4. 어떤 일에서든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을 갖는다.

5. 자신의 부족함을 대수롭게 여기어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다.

 6. 양심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도 들키지 않음을 오히려 자랑으로 이긴다.

 7. 나와 주장이 다르면 틀리다고 여기는가? 다르다고 여기는가?

틀리다 여기면 교만이요 다르다 여기면 겸손이다.

▲ 그렇습니다. 감사는 하늘을 만나는 방법이요, 겸손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입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