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흔히, 보이는 인상으로 말하는 매너 좋고, 잘 생기고 고등학생 남자 친구 A를 만나게 되었다. 부모님의 상담의뢰 주 호소는 갑자기 말수도 없고, 웃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모습처럼 아들이 말도 잘하고, 웃었으면 한다는 것이 부모님의 바램이다. 

A를 만나고 기분이 좋았다. 마음도 여리고 따뜻했다. 자신 표현도 잘하고, 상담하는 내내 눈동자가 빛났다. 우선 학생이 전처럼 부모님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듣기 전에 부모님의 성향을 분석했다. 어머니께서 대인관계, 즉 소통할 때 쓰는 주 성격은 온화하고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지만, 표면에 들어나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여 주장을 내세우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비춰진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그대로 다 들어내기 때문에, 상대방이 버겁거나 힘겨울 수도 있지만, 자기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겠다는 감정을 체크부분에서는 놓치는 부분이 많다. 

성격도 급한 편이시고,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바로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정표현이 상대방에겐 잔소리처럼 들린다. 그 반면 아버지의 주 성격은 어떻게 들어나는가? 귀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발달되어 소리에 민감하고, 소리에 잘 반응한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소리에 민감하여 어디부분이 고장이 난 것을 더 빨리 발견하는 편이다. 

그리고 소통할 때 쓰는 성격은 간섭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잔소리이든, 칭찬이든, 조언이든, 한 번 이상 듣는 것을 힘들어하며, 때론 자존심 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보수성향도 많이 지니고 있고, 상황에 따라 유연성과 융통성부분이 부족한 것처럼 자신이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 경우에는 귀에 대한 민감도와 주 성격으로 볼 때, 아내의 잔소리와 같은 감정표현을 많이 힘들어 하신다.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으니, ‘지금은 그러려니 해요’ 라고 말씀은 하고 있지만, 그것은 비워짐과 다시 새로운 것이 채워지는 것의 원리가 아닌, 차곡차곡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세계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성적이며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면에서 약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압박을 주는 느낌을 받게 되면, 스스로가 지쳐버리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 A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가? 부모님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소통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많고, 생각이 많은 편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극적인 성격에 내향적이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마치 그 사람의 일생에 관련된 것을 내 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며 양보도 잘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함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걱정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모르는 사람의 감정까지도 걱정하는 성격을 지녔다. 

여기까지만 봐도, 부모님과 얼마나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일까. 이럴 때, 사실 상처는 아들인 A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직 어린데, 네가 뭘 알아? 상처는 무슨 상처야’ 라고 반문하신 분들이 많다. A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하고 조잘대며 얘기도 잘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을 버거워하고 힘들어 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현실에서는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 자신 먼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알아간다는 것과 알아차림은 큰 차이가 있다. A가 자존감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A의 얘기를 듣다보면,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커 준 것만으로도 참 대견하고, 잘 살아왔구나 어깨를 토닥여주게 된다. 억지로 ‘부모님과 대화 좀 해라’ 그런 식의 상담이 전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맞벌이 부모님 가정에서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초등학교까지의 삶을 보낸 A는 엄마와의 따뜻한 모정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할 뿐이었다. 그리고 성적으로만 바라보는 부모님으로부터 매도 많이 맞으면서, 마음 저 밑에는 부모님의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A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그래. 지금까지 잘 살아와줘서 고맙구나’. ‘힘들면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 ‘A야, 선생님은 어느 누구 편도 아니야. 선생님도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우리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들이기 이전에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잖아. 그리고 너는 아직 부모님이 바라볼 때 아직도 아이잖아. 사랑받고 싶고, 가끔은 투정도 부리고 싶은 아이잖아. 선생님은 충분히 지금의 너를 이해해. 그래서 걱정하지마, 네가 편할 때, 너 마음을 먼저 위로하고, 너 마음이 동요될 때 그 때 부모님과 얘기해도 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선은 소중한 너 자신을 먼저 챙기고, 너 스스로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하루하루 생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A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참 예쁘고 사랑스런 학생이다. 마음 언저리에 눈물이 맺힌 나를 발견했다. 하루빨리 부모님의 자리에서 내려와, 사람과 사람으로 자신을 돌아보면서, 서로 상처가 되었다면 용서를 구하면서, 관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A를 설득하기 이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자신을 알아가고, 직면하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 일수 있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은 그 뒤에 오는 수많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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