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활약 절실, 토종 선발 기복 줄이기 핵심

새롭게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라미레즈(왼쪽)와 페냐(오른쪽).
새롭게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라미레즈(왼쪽)와 페냐(오른쪽).

NC를 마지막으로 모든 팀이 어느덧 80경기를 넘어선 한국프로야구 2022시즌의 향방은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선두 SSG랜더스의 저력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키움이 SSG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두 팀 간의 간격은 2.5경기.

여전히 상위권에서 호시탐탐 선두권을 노리는 LG는 주간 7연승을 달리면서 SSG와 키움에 바짝 붙어 상승세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SG가 4연승, 키움도 3연승을 달리면서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과연, SSG, 키움, LG가 펼치는 2022 정규시즌 패권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리그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미에 흥미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KT는 팀 간판 강백호가 다시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의 저력을 발휘하면서 주간 7연승 포함 5할 승률을 넘기면서 4위 자리를 굳건히 하기 시작했다. 아직 3위권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지만, 현재 페이스로는 충분히 후반기에 상위권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8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KT에 4위 자리를 내줬던 기아는 한화를 상대로 연패를 끊고 시리즈 스윕을 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8연패의 여파로 간신히 5할 승률을 넘어선 상황이다. 과연, 다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롯데, 두산, 삼성에 NC까지 합류한 중하위권 싸움은 ‘도토리 키 재기’의 형국이다. 5위권에서 이탈한 롯데, 두산, 삼성은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5할 승률에서 한참 빠지면서 5위권과의 간격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NC가 상승세를 타면서 6위권을 노리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은 최근 9연패를 당하면서 NC에게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라 더욱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승세의 NC도 4연패로 지난 주간을 마감했다.

최하위 한화이글스는 6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상승세를 잇지 못하면서 최하위 탈출이 요원한 상황이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접전 상황에서 이기는 경기보다 패하는 경기가 더 많아지면서 승패 마진이 더욱 나빠지는 모습이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적응이 과연 한화이글스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아울러, 토종 선발투수들의 기복 줄이기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적응과 활약이 전력 상승의 절대적 요인

한화이글스는 시즌 전 최약체로 지목됐다. 지난 2년간 최하위를 기록했음에도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두 외국인 투수 카펜터와 킹험의 활약과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야수 터크먼의 대활약을 기대했다.

아울러, 두 외국인 투수의 안정적인 로테이션 소화와 지난 시즌 국가대표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토종 에이스 김민우의 건재 그리고 젊은 영건들의 성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두 외국인 투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해결 방법이 없었다. 두 외국인 투수의 재활과 복귀를 기다리면서 새로운 외국인 투수에 대한 영입도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한화이글스는 토종 선발들로 버티기에 급급했다. 그러는 사이 한화이글스의 성적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한 달이 넘게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선발 없이 리그를 소화했다. 가뜩이나 약한 전력에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 수베로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결국, 기다리던 두 외국인 투수는 돌아오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 했다. 구단의 빨빠른 움직임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기다리던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결국 6월 21일에 돼서야 처음으로 가동했다. 주인공은 라미레즈였다. 라미레즈는 6월 21일 LG전에 선발 등판하면서 한국 무대에 신고식을 했다. 수베로 감독은 1-2경기 적응을 거쳐 본격적으로 선발 투수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했다.

첫 경기에서 2⅓이닝 5안타나 3사사구 2탈삼진 4실점(1자책)을 기록한 라미레즈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4실점을 했지만, 첫 등판치고는 좋은 피칭을 했다는 평이 많았다. 두 번째 경기였던 선두 SSG와의 경기에서는 5이닝을 소화하며 4안타(1홈런) 4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했던 세 번째 경기, NC전에서는 첫 퀄리티피칭을 만들었다. 6이닝을 소화하면서 3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경기를 한 것이다. 충분히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외국인 투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네 번째 경기였던 10일 기아와의 경기는 라미레즈의 한국 무대 최고 경기였다. 불펜이 한국 리그 데뷔 첫 승을 날려버리는 불을 질렀지만 라미레즈는 기아 타선을 6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완벽투를 선보였다. 안타 1개, 볼넷 1개의 그야말로 에이스 모드의 피칭이었다.

라미레즈는 네 경기에서 1패, 1.4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승리는 없지만,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19⅓이닝을 소화하면서 사사구를 11개를 내줬다. 그중에 ‘몸에 맞는 공’이 4개에 달했다. 볼넷도 7개를 허용했으니 이닝 대비 좋은 수치는 아니었다. 조금 더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라미레즈의 성공 여부는 ‘제구’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다. 아직 리그 적응의 문제가 있겠지만 본인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제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라미레즈도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팀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13개의 안타 중 장타 허용이 2루타 1개, 홈런 1개 밖에 없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상대 타자들이 생소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라미레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라미레즈가 네 경기에서 보여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리고 약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다. 라미레즈의 역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화이글스 사정이다.

라미레즈 보다 조금 늦게 팀에 합류한 페냐는 이제 두 경기에 등판했다. 첫 경기였던 7월 3일 키움전에선 3⅔이닝을 소화하면서 3개의 안타, 2개의 볼넷, 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2실점을 허용했다. 라미레즈와 마찬가지로 첫 경기는 적응의 시간과 같다고 판단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였던 7월 9일 기아와의 경기는 페냐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라고 할 수 있겠다. 투구 수 70개 정도로 예상된 경기에서 77개의 공을 던지면서 4⅔이닝 2실점으로 두 번째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뒤이어 올라온 김종수가 승계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면서 2실점을 하게 되었다. 탈삼진은 무려 8개를 기록했으며 볼넷은 하나밖에 허용하지 않는 좋은 투구를 펼쳤다.

라미레즈와 페냐가 지금처럼 리그에 잘 적응해서 계속된 역투를 펼쳐준다면 한화이글스는 충분히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반등의 기회라는 것이 가을야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다른 팀의 표적이 돼서 승률 4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절대적인 원, 투 펀치 에이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만큼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토종 선발 투수들의 기복 줄이기, 반등의 핵심 포인트 될 듯

두 외국인 투수가 조기에 그리고 장기간 이탈한 상황에서 지난 시즌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김민우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민우도 지난 시즌의 좋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기복 있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선발로서 버팀목이 되었던 윤대경은 한계를 보이면서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기대했던 젊은 투수들은 기대만큼의 성장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5이닝은커녕 항상 3-4이닝이 한계로 다가왔다.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기아로부터 이민우를 수혈했지만, 이민우도 반짝 활약을 보여줬을 뿐 기복 있는 플레이는 계속 이어졌다. 소위 말해서 믿고 맡길만한 토종 선발을 찾을 수 없었다.

군에서 복귀한 박윤철과 김재영 그리고 기존의 김도현(개명 전 김이환, 이민우와의 트레이드로 기아로 이적), 김기중, 한승주 등이 선발 기회를 받았으나 그 누구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뒤늦게 1군 무대에 합류한 ‘슈퍼루키’ 문동주는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빠른 감은 있었지만, 선발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이내 또다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남지민이 기복은 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며 선발 로테이션에 잔류하는 데 성공했다. 베테랑 장민재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두 외국인 투수가 합류하면서 새롭게 선발 로테이션이 재편됐다. 라미레즈와 페냐를 중심으로 김민우, 장민재, 남지민의 토종 트리오가 선발진을 책임지게 됐다.

이 세 선수 모두 기복 줄이기가 관건이다. 특히,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김민우의 기복 줄이기의 핵심은 ‘볼넷 줄이기’가 핵심이다. 볼이 많아지면서 볼넷 허용이 많아졌고 투구 수는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김민우가 5이닝 투구를 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한화이글스 선발진이다.

17경기에 출장해서 90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피칭은 6회에 불과하다. 볼넷을 무려 52개를 허용한 김민우다. 지난 시즌 155⅓이닝을 던지면서 볼넷 76개를 기록한 김민우기에 현재 볼넷은 더욱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6월과 7월에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6월과 7월에 6경기에 등판해서 세 번의 퀄리티피칭(6이닝 3실점 이하)을 선보였고 그중에 두 번은 퀄리티피칭 플러스(7이닝 3실점 이하)였다. 김민우가 더 살아나줘야 한화이글스가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장민재는 그야말로 ‘고군분투’의 화신이 되었다. ‘연패 스토퍼’로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에는 아쉬움이 있기에 5선발 정도의 성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19경기에 출장해서 4.18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최다 이닝 소화가 5⅓이닝에 불과하다. 선발 출장 13경기에서 9번의 5이닝 이상 피칭을 했지만, 최다 이닝은 5⅓이닝, 단 한 번에 불과하다. 그래도 장민재가 있어서 다행인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이다.

장민재가 현재의 모습에서 6회에 등판해서 1-2타자만 더 잡아주는 역할을 해도 한화이글스의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장민재의 분전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부산정보고 출신의 3년 차 남지민은 한화이글스 선발진의 기대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기복 있는 피칭으로 안정감은 없지만, 부상을 털고 던지는 모습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 시속 150km/h까지 구속이 상승하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13경기에 출장해서 1승 7패에 평균 자책점 6.30으로 기록만으로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있기에 충분히 기회를 주면서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선발 출장 11경기에서 퀄리티피칭은 두 번에 불과하지만, 최다 이닝이 6⅓이닝일 정도로 이닝이터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 남지민이다. 부상 때문에 관리를 받았던 투수 수도 이제는 100개를 넘기는 수준까지 왔기에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고 기복만 줄이면 충분히 제몫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지민의 아쉬움은 허용한 65개의 안타 중 장타가 무려 19개(2루타 12개, 3루타 1개, 홈런 6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면서 장타를 허용한 경우가 많기에 본인의 피칭을 믿고 타자와의 승부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

두 외국인 투수가 제대로 가동되는 것이 개막 후 3개월 훌쩍 지난 시점인 7월 중순인 한화이글스다. 아쉬운 성적이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두 외국인 투수가 역투를 펼쳐주고 토종 선발들이 기복을 줄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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