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역대 최저 투표율, 민주당에 보낸 경고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광주역 앞에 걸린 광주시장과 북구청장 당선사례 현수막. 류재민 기자.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광주역 앞에 걸린 광주시장과 북구청장 당선사례 현수막. 류재민 기자.

주초 광주에 갔었다. 지방선거를 끝내놓고 여행차 나선 길이었다. 이른 아침 도착한 KTX 광주송정역. 무작정 택시에 올라 “광주에서 제일 유명한 곳으로 갑시다”라고 했다. 당황한 듯한 택시 기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광주는 처음이라서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디가 워디 한두 군데겄소.” 광주의 택시 운전사 김희동 씨(58·수례택시)는 이곳저곳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숫자, 37.7%. 이번 지방선거 광주 투표율이다. 역대 모든 선거와 모든 지역을 통틀어 최저 투표율이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는 글(2일 페이스북)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났다. 

석 달 전 대선에서 81.5%로 전국 최고 투표율을 찍었던 광주가, 왜?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선에서 져부렀잖소. 그게 젤 컸고,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은 찍기 싫응게 투표장에 안 간 것이죠. 여긴 누가 나와도 (민주당이)되니께 굳이 찍을 필요가 있나 싶은 심리도 있었을 거고.”

양동시장에서 30년 째 국밥을 팔고 있다는 ‘전북댁’도 김 씨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호남은 인구가 적응게 대통령이 나오기 어렵잖소, 잉. 그려서 노무현이나 문재인 대통령처럼 영남 출신을 밀었고, 이재명도 뽑은 건디, 져부렀잖어. 그 실망감이 컸제.”

그렇다고 광주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니라고 했다. “어찌할지 두고 봐야지. 맴은 안 좋아도, 다음 총선 땐 민주당을 찍어줘야 않하겄소.”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만난 김형석 조직부국장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 아닌, ‘확 바뀐 민주당’으로 변화를 다짐했다. 그 옛날 광주 시인 박용철(1904~1938)이 <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에서 “봄날같이 웃으며 달려들 그의 기차를 기다리자”고 했던 것처럼. 

광주시당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성과 청년 공천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과 구청장을 뺀 당선인 79명 중 20명이 넘는 여성 청년 당선자를 배출했다. 

김 부국장은 “광주에서 민주당 쇄신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라며 “관행을 탈피하고, 견제 기능 상실을 우려하지 않도록 청년 당선인을 중심으로 ‘시민 정치’에 나서겠다. 시당 차원의 당원 교육과 관리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 

광주시당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광주과학기술진흥원에서 지방선거 당선인 워크숍을 가졌다. 의정실무와 자치분권, 성평등, 지방의회 혁신 등을 다룬 15개 교육 세션을 통해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광주시민들은 이제 그들을 "지켜볼 참"이라고 했다. 

4년 전에는 대구에 갔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 참패했을 때. 당시 대구 민심은 지금의 광주와 다름없었다. 영호남과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두 지역 민심은 4년 만에 뒤바뀌었다. 국민의힘 소속 광주시의원도 처음 나왔다.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또 다른 질문들이 맴돌았다. 엎드려 용서를 구할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양당 체제 ‘과두정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리고 4년 뒤 내 발길은 또 어디를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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